인터넷 강의 '안방유학'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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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의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金모(28)씨는 지난 학기 인터넷으로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의 회계학 과목을 수강했다.

金씨는 날마다 '가상 강의실' 에 접속, E메일을 통해 강의물을 내려받고 과제를 제출하며 오래 전 접었던 '미국 공인회계사' 의 꿈을 다시 키웠다.

'안방유학' 시대가 개막됐다. 현지 체류 없이 외국 유명대학의 학위를 받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비용부담 때문에 유학의 꿈을 이루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학업의 길에 도전하고 있다.

안방 유학의 천국은 미국. 90년대 초부터 하버드.MIT.뉴욕대 등 명문대학을 포함한 2백여개 대학은 변호사과정.약학.항공조종학 등 3백여개 강좌에 '인터넷 원격수업(Distance Learning)' 과정을 마련해 놓았다. 지난 학기 미국내 인터넷대학 학생수는 50만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 8월부터 국내 통신에 인터넷 유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최진수(崔鎭秀.35.미주리대 로스쿨 박사과정)씨는 "미국.영국.일본 등 7개국의 대학들이 속속 인터넷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며 "서비스 조회건수가 1만4천건을 돌파하는 등 관심이 폭발적" 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 유학의 이점〓무엇보다 적은 비용으로 외국 대학의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영국 뉴캐슬대학의 정치학박사 4년차 과정을 밟고 있는 '두루넷' 의 김종문(金鍾文.38)전무이사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면 연간 2천만~3천만원 정도가 들었겠지만 수업료 등으로 2백만~3백만원 정도를 지출했을 뿐" 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유학은 원하는 시간을 골라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학기내 이수과목수가 별도로 없어 개인 사정에 따른 과목별 취사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캠퍼스생활을 하지 않지만 졸업자격에선 일반유학 졸업자와 차이가 없다. 미국 대학들은 졸업장에 '통신과정 이수' 란 항목을 표시하지 않고 이들에게 일반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한다.

◇ 인터넷 유학 유의사항〓졸업자격에 차등이 없는 대신 입학 사정에도 차이가 없다. 미 명문대학의 입학사정 자격에 걸맞은 우수한 대학성적과 높은 TOEFL.GRE 점수 등이 인터넷 유학에도 요구된다.

아울러 미국의 '유령대학' 과 짠 국내 유학원들의 유학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미국엔 명문대학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유령대학이 버젓이 개설돼 있다.

97년 L인터넷 유학원이 국내 유학 준비생들을 뉴욕의 3류대학에 소개해줘 문제가 된 바 있다. 따라서 인터넷 유학을 결심할 경우 공식기관이나 믿을 만한 정보제공원으로부터 해당 학교의 인가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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