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대부속초등 수행평가] 대학생 뺨치는 초등생 연구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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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의 문제해결 및 연구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진주교대 부속초등학교(교장 최정기) 학생들의 경우라면 '선진국 초등학생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음' 이다.

역사관련 단행본과 백과사전, 인터넷에서 찾아낸 신문 기사, 교과서 등이 책상마다 수북하게 쌓인 이 학교 6학년 교실과 컴퓨터실. 학생들은 그동안 '한국의 역사' 가운데 각자 관심있는 분야를 골라 연구보고서를 준비해왔다.

연구주제는 씨름.김치.탈춤.한복.신분제도.진주성 전투.거북선.을사조약.발해.벽화.화폐.민속놀이 등 각양각색. 전문서적.학술지까지 인용하면서 꽤 어려운 한자들도 섞어 쓰며 놀라운 탐구력을 발휘하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그런가하면 아동문고나 학생백과사전 등을 중심으로 무난한 보고서를 쓰는 어린이들도 있어 개인별 수준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대체로 '난 할 수 있다' 는 자신감과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을 읽을 수 있었다.

"철부지 아이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니 정말 기특하네요. 이 경험은 장차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면서 깊이 있게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 보조교사로 나선 학부모 권인숙(46)씨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은 진주교대 초등교육연구소와 부속초등학교가 읽기와 쓰기.수학.과학.통합 수행평가 과제와 더불어 개발중인 다섯가지 수행평가 모델들 가운데 하나. 지난 9월부터 어린이들은 보고서 주제를 정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목록을 정리했다. 또 인터넷 사용법과 보고서 쓰는 방법도 배운 다음 지난 20일 하루 종일 집중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 26일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은 학부모와 5학년 후배들 앞에서 실물화상기나 파워포인트 등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3~5분 동안 자신의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자기평가를 하는 것으로 한국 최초의 초등학생 졸업 수행평가가 모두 끝났다.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교사는 계획 세우기, 보고서 쓰는 과정, 보고서 자체, 그리고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준표에 따라 평가하면 된다.

"평가가 교육방법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런 모델을 개발하기란 결코 쉽지않지만 일단 완성되면 많은 교사들이 한결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

미국수행평가연구소 그랜트 위긴스 박사의 도움으로 수행평가 모델을 만드는데 앞장서온 진주교대 김영천 교수는 "교사들에게 연구점수를 인정하거나 연구비를 지원하면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확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진주교대 초등교육연구소와 경남도교육청은 오는 11월 26일 초등학교 수행평가 도구개발 학술발표대회를 열 계획. 동시에 진주교대 홈페이지(http://ns.chinju-e.ac.kr)에 수행평가 관련 30가지 수업시나리오를 공개한다.

진주〓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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