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언적 '청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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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풀 한정없이 변천하매

이내 한 몸 시절 따라 한가롭다네

해마다 경영하는 힘 줄어지며

길이 청산과 더불어 굳이 시도 짓지 않는다네

- 이언적(李彦迪.1491~1553) '청산시'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무지 싫지 않으니 산이야말로 사람의 본향인가. 사람이야말로 산의 혈족인가.

산 기슭에서 태어나 산 기슭에서 살다가 산 기슭에 돌아감이 이 나라 사람의 생애일진대 정녕 산을 두고 어찌 그리 좋아하지 않을손가.

때로는 사람보다 산이 님 아닐 수 없어 여기 성종 명종 연간의 당쟁 와중에서 때로는 숨고 때로는 귀양살이 가서 숨을 거둬야 하는 퇴계의 스승 이언적의 시가 있다. 그는 시조차 군더더기임을 알았구나.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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