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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두 '여전사'의 특별한 만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21일 밤 연세대 동문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故)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朴容吉. 80.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고문)장로의 팔순 기념행사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 거주하는 이민(李敏.75.여)씨가 그 주인공. 그는 하얼빈시 조선족 여성단체인 부녀연의회(婦女聯誼會)명예회장 자격으로 최근 열렸던 서울 비정부기구(NGO) 세계대회에 참가했다가 이날 행사에 초대받은 것이다.

李씨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일대에서 빨치산 활동을 할 당시 유년의 김정일(金正日)을 2년간이나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유명하다.

행사가 무르익을 즈음 李씨는 무대에 올랐다.

잠시 '통일 염원' 을 얘기하던 그는 지금 국내에선 거의 잊혀진 항일투쟁가 '어머니 울지 마세요' 를 불렀다.

그의 남편인 천레이(陳雷.83.전 헤이룽장성 성장)와 함께 만주 일대를 무대로 항일(抗日)운동에 나섰던 시절을 회상하며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朴장로도 깊은 감회에 빠져드는 듯 보였다.

그 역시 文목사와 더불어 옌볜(延邊)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李씨는 이어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북쪽 인사들은 현재 남한에서 내세우고 있는 '햇볕정책' 에 거부감이 많은 것 같다" 며 "북의 '암흑상황' 을 전제로 한 '햇볕론' 은 아무래도 자극적" 이라고 말했다.

또 '포용정책' 이라는 용어 역시 '국력의 불평등성' 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통일논의에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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