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주내 조각 완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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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카르타〓외신종합] 인도네시아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신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22일부터 본격적인 조각(組閣)작업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하원(DPR)은 와히드에게 1주일 이내에 새 내각을 구성해 줄 것을 촉구했으나 와히드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각성당의 알리 시하브 사무총장은 새 내각이 출범하기까지는 약 2주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내각은 국민각성당과 메가와티 부통령의 민주투쟁당은 물론 골카르당.개발통일당.국민신탁당 등 야당들도 대거 참가하는 거국내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와 메가와티도 당선 직후 국민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외무장관에는 국민각성당의 시하브 사무총장이 유력하며, 국방장관에는 군부 실세인 위란토 장군의 유임이 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히드는 대선 과정에서 메가와티측과 협상을 타진해 온 골카르당의 마르주키 부총재에게도 입각을 요청했다.

탁월한 협상가인 와히드와 야당 지도자 메가와티라는 쌍두마차 체제가 탄생하면서 인도네시아 정국도 총선 이후 지난 3개월간의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고 있다. 대선 직후 메가와티여사의 낙선에 격분해 유혈시위를 벌였던 메가와티 지지자들도 21일 밤부터는 시위를 자제하고, 부통령 당선 축하모임을 갖는 등 새 정권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

민주투쟁당 간부들에 따르면 와히드 대통령은 정권기반 강화를 위해 20일 저녁 메가와티여사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부통령 출마를 강력히 요청했다. 와히드는 "수하르토 퇴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혼란을 수습하려면 중도파와 개혁파가 제휴할 수밖에 없다" 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국민화해정권'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자카르타 정계 소식통은 "향후 정국은 골카르당과 군부의 행보에 달렸다" 고 전망했다. 국민협의회(NPR)의 전체 7백석 가운데 51석의 국민각성당과 1백53석의 민주투쟁당이 연립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카르당은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지못할 만큼 내분이 심각한 상황.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보수파가 당 간부회의를 장악하고 있지만 마르주키 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 세력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와히드-메가와티가 이슬람계와 개혁파, 골카르당의 온건파를 아우르는 국민화해정권 구성에 성공할 경우 골카르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고 NPR의석의 70%가 넘는 거대연립여당의 출현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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