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겠다는 시민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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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과 연합해 ‘반(反) 이명박·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괴력 여부가 주목되는 한편 시민단체의 정치 개입 논란도 일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노 세력은 지난 16일 여의도에서 ‘시민주권’ 창립대회를 열었다. ‘노무현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란 기치를 내건 이 단체엔 정연주 전 KBS 사장·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전 총리는 ‘승리 2010 시민의 힘’이란 연대기구를 제안하며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민주개혁진영이 연합해 후보를 내세우고, 좋은 공약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고 말했다. 그는 “일부 회원들은 이미 양산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송인배 후보 지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지난해 미 대선에 500만 회원을 온라인으로 참여시켜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도운 시민단체 ‘무브온’이 시민주권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단체 명망가 120여 명도 ‘희망과 대안’(가칭)을 조직해 19일 오후 3시 서울 조계사에서 창립총회를 연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주의 회복과 대안 정치세력 형성이 목표”라며 “낙천·낙선운동을 넘어 좋은 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을 경험한 한나라당은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이미 법원에서 명백하게 불법으로 판결한 바 있다”며 “낙선 대신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는 이상 불법”(조해진 대변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전술은 다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반대한다는 방향은 같다”며 “10·28 재·보선 뒤 함께 모여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가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순수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현우(서강대·정치학) 교수는 “도덕성을 무기로 하는 시민단체가 정치권과 연합해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 낙선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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