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탈레반 근절 국가 주권 지킨다” 3만 명 동원 총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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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정부군과 탈레반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정부군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대규모 소탕작전에 나선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18일 “작전 개시 24시간 만에 (탈레반) 테러리스트 60명을 사살했다”며 “정부군 쪽 희생은 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정부군측 희생이 더 크다”고 반박하며 "이번 전쟁은 정부군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황이 격화됨에 따라 현지 주민 15만 명은 급히 피란길에 올랐다. 교전지역에 남아 있는 35만여 명도 곧 피란에 나설 것으로 보여 대규모 ‘피란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상 최대 규모 공세=파키스탄 정부군은 17일 아침 일찍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의 핵심 거점인 북서부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내 남부 와지리스탄에 대한 총공세를 시작했다. 지상 공격과 공중 포격이 병행됐다. 파키스탄 정부군 대변인인 아타르 압바스 소장은 “탈레반을 뿌리뽑아 국가 주권을 지키는 것이 작전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AP·AFP 등 외신은 보도했다.

화력은 정부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총 3만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했다. 정부군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찰과 예비병력 등 모두 6만여 명이 작전에 참가한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소탕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도 정밀 폭격과 야간전투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탈레반 병력만 1만 명이 넘는 데다 최근에는 아프간에서 미군과 나토군을 공격하는 외국인 용병 1500여 명도 합세했다. 더구나 와지리스탄 지역 대부분이 험악한 산악이어서 정부군 공격이 큰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미군도 이곳을 ‘세계에서 군사작전이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군은 4월부터 3개월간 작전을 펼쳐 북서변경주(州) 스와트 일대 탈레반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2001년 이후 두 차례의 와지리스탄 탈레반 축출작전은 실패했다.

◆다목적 전쟁=정부군 공격의 첫 목적은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현지 탈레반 조직 와해다. 탈레반은 지난 8월 미군의 폭격으로 최고지도자인 바이툴라 마흐수드가 숨진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테러를 벌였다.

이 때문에 175명이 숨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관공서·경찰 등 공공기관으로 테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연장선상이란 의미도 있다. 와지리스탄 지역은 아프간 탈레반의 거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탈레반 외국용병이나 국제 테러분자들까지 이곳에서 은신해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이번 작전에 첨단 무기와 정밀 폭격을 제공하는 이유다. 친미정책을 펴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의 안전을 도모하는 목적도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으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지원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번 작전을 통해 더 많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탈레반=1994년 아프간에서 조직된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 현지어로 ‘구도자’란 뜻이다. 같은 해 아프간 국토의 80%를 점거했고,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미국 인도를 거부하면서 미국에 의해 축출됐다. 이후 무장 대원들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로 흩어져 테러와 대미·대정부 무장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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