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32강전>
○황이중 7단 ●허영호 7단본선>
상대의 마지막 승부수를 바라보며 허영호 7단은 침착하게 결정타를 준비했다. 121. 일견 허술해 보이지만 A와 B 쪽의 희미한 맛마저 봉쇄해버린 물샐틈없는 수. ‘참고도’ 백1로 나가는 것은 흑2부터 꾹꾹 막아 살 길이 없다. 황이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각오한 바였으나 막상 당하니 가슴이 그토록 허전할 수 없다. 124로 중앙을 파고든다. 마지막 노림이라고는 하지만 손 끝에 힘이 하나도 없다. 대마를 공격하려면 진작 128로 끊어둬야 했다. 그러나 이곳을 끊어 C와 교환되는 것은 백D로 뚫는 수에 비해 손해가 너무 크다. 결과가 그렇다 뿐이지 이 판을 다시 둔다고 해도 그곳만은 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게 다 운명인 것이다.
뒤늦게 128로 끊었으나 배부른 허영호는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129로 단도리한다. 승부가 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