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관 해임안 22일 표결…물밑 '부결로비'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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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표결을 하루 앞둔 21일의 국회 본회의장. 朴장관은 대표연설을 위해 복도를 걸어오던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향해 장관들 중 유일하게 일어나 깍듯이 인사를 했다. 해임안과 관련한 여권 내부의 미묘한 분위기를 '실감나게 보여 준 장면' 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여당측은 21일에도 소속 의원들에게 무차별 전화공세를 펼치며 '반란표 방지' 에 총력전. 한나라당도 의원총회에서 해임안 통과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 표결 불참 종용 논란〓자민련 김용환(金龍煥).이인구(李麟求).김칠환(金七煥)의원 등 3인이 21일 돌연 '표결 불참' 을 선언했다.

이들 3인은 김종필(金鍾泌)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이탈' 가능성 우선순위에 올라 있는 인물.

李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과거 투표 때 오해를 받아 반란 주모자로 몰린 일이 있다" 며 "이번에도 가(可)표를 던졌다고 할 것 같아 나의 권익보호를 위해 불참하겠다" 고 선언. 두 金의원은 "지역구 행사 일정 때문에 불참한다" 고 해명.

이와 관련, 자민련의 충청권 중진의원은 "이들이 여권 지도부로부터 본회의장에 나오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엄청난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 면서 "불공정 표결논란이 나올텐데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 고 답답해 했다.

한나라당의 이부영 총무는 "표결에 참여조차 못하게 하는 정당이 있을 수 있느냐. 자유의사에 따른 표결을 보장하라" 고 촉구.

◇ 무차별 전화 부탁〓朴장관은 잘 아는 의원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고, 잘 모르는 의원들에게는 친분관계를 파악, 간접적으로 부탁한다고 국민회의 당직자가 전했다.

자민련의 모의원은 "朴장관 본인에게 세 차례, 국민회의 동교동계 당직자로부터 두 차례 설득전화를 받았다" 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한나라당을 상대로 전화공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 이세기(李世基)의원측은 "朴장관과 잘 안다는 사람으로부터 세 차례나 전화를 받았다" 고 소개.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는 박물관장으로부터 부탁 전화를 받았다" 며 "나와의 친분관계를 朴장관이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다" 고 실소했다.

그러나 부탁 과정에서 朴장관 등이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고 있어 여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 자민련 당직자가 전했다. 이 당직자에 따르면 朴장관은 "내가 밉더라도 언론탄압논쟁인 만큼 대통령 체면을 봐서라도 부결시켜 달라" 고 말한다는 것. 그는 "자민련을 국민회의 2중대쯤으로 아는 모양" 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여야 결의〓국민회의 이만섭 총재권한대행은 당직자 연석회의에서 "해임안이 가결될 경우 현 정권의 개혁작업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부결을 강조. 자민련 의총에서 이긍규(李肯珪)총무는 "언론이 초미의 관심을 가진 만큼 전원이 부결에 협조해 달라" 고 요청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총에서 이회창 총재는 "언론자유를 위해 심판을 내릴 때" 라고 다짐했다. 이부영 총무는 "언론자유를 짓밟은 朴장관인 만큼 해임안 통과는 정치사적 의미가 크다" 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훈.최상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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