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신창원 고졸 검정고시 합격

중앙일보

입력

무기수 신창원(37)씨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3일 치른 고졸 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365명(응시생 611명)의 명단을 30일 발표했다. 신씨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치른 고입자격 검정고시(중졸 학력)에 합격했다. 4개월 만에 중.고교 졸업 학력을 따낸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신씨의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경북 청송군 청송 제2교도소. 신씨의 합격 소식을 들은 교도관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모두 신씨의 합격을 축하했다. 하지만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한 교도관은 "신씨가 열심히 공부해 이룬 결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도관은 "평소 학력으로 볼 때 검정고시 통과는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월 "공부로 1등을 해보겠다"며 책을 잡았다.

중학교 2학년 중퇴 학력의 그는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와 책과 씨름해 왔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교도소 측이 제공한 교과서를 보며 독학했다. '과외 공부'를 한적도 있다. 실력이 달리는 수학 과목을 안동시에 있는 학원 원장에게서 배웠다. 교도소 측의 요청으로 원장이 청송교도소에 와 신씨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신씨는 출역(작업)도 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몰두했다"며 "집중력이 뛰어난데다 세상 경험이 많기 때문인지 무엇이든 이해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실력은 수준급이라고 덧붙였다.

복역 중 탈옥한 뒤 '신출귀몰'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그도 신앙(기독교)생활과 공부를 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영웅심리에 우쭐했던 예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교도관들의 말이다.

신씨는 이제 대학 졸업 시험에 도전한다.

'상담 심리학'을 혼자 공부한 뒤 학사고시를 치러 학위를 받겠다는 것이다.

교도소 측은 "신씨가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분야를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합격 소식에 신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소개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교도관들의 전언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신씨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으며,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자책감에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창원을 '잊힌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그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7년 1월 부산교도소를 탈옥, 2년 6개월여 전국을 숨어다니며 강.절도 행각을 일삼다 검거돼 22년 6월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청송=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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