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상의 방북 의미] 美기업 북한 진출 예고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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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 미 상의(AMCHAM)의 대북 투자조사단 방북 계획 발표는 미국기업의 대북 진출 신호탄으로 보인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북측이 미국의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다, 미 국무부와 우리 정부도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협조적인 분위기라 한두건이라도 투자가 이뤄질 경우 북.미 경협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사실 북한은 외자유치를 위해 80년대 말부터 나진.선봉지역 등을 중심으로 경제특구를 개설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 를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엠바고)에다 도로.전력 등 인프라 미비 등으로 최근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의 직접적인 경제교류는 거의 전무한 상태. 지난 90년대 이후 북한의 대미 수출은 1만1천달러에 불과한데다 품목도 잡지 등 인쇄물 등으로 극히 제한돼 왔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업체들이 대북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최대 걸림돌이던 대북 경제제재가 완화된데다 미국측으로선 유일한 미(未)투자국으로서 상대적으로 개발여지가 높은 민간 경제부문 등 진출 여건이 어느 때보다 호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코카콜라 등 식음료 및 생필품 업체 등은 북한 진출에 큰 관심을 보여왔으며 이중 일부는 이미 비공식적으로 현지 투자 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상당수가 열악한 투자여건 탓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럽 기업들도 투자 목적으로 수차 북한을 방문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투자는 주저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정치.외교문제 등 '돌발상황' 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다 ▶송금 등 이익 회수▶자산 소유권 문제▶분쟁해결 창구나 법적 근거 등 기술적인 문제 등도 걸림돌로 남아 있다.

제프리 존스 회장도 "수차 만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 라고 밝혀 본격적인 대북 진출에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은 단독투자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단 한국기업과 기술.자본제휴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AMCHAM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과 서해안 공단조성 등 활발한 대북사업을 추진중인 현대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조만간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요청을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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