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중공업 노조-협력업체 충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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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라중공업 노조가 58일째 회사를 점거해 파업하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 사람들이 맞불을 놓고 나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광주.전남지역의 1백72개 한라중공업 협력업체 대표.근로자 2백여명은 14일 오전10시부터 한라중공업 정문 앞에서 파업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당초 주차장에서 농성하려 했으나 노조 측이 먼저 점거하자 길거리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협력업체들은 영암경찰서로부터 한 달간의 집회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한라중공업 살리기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이진규(李珍圭.36.㈜진영산업 대표) 사무국장은 "노조의 파업이 더 길어지면 협력업체들이 무더기로 망할 지경이어서 집단행동으로 파업철회를 호소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일이 끊기면서 벌써 4곳이 부도났고, 나머지 업체들도 직원들을 무급 휴가 처리한 채 겨우 버티고 있는 등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

협력업체들은 노조가 집회를 계속 방해하면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한라중공업 안팎의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협력업체의 집단행동을 노조는 공권력을 투입, 조합원들을 강제해산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노조 김후영(金厚寧.27)교육선전국장은 "충돌 예상 속에서 경찰의 협력업체 집회 허가는 폭력사태를 유발시켜 공권력을 투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권력 투입에 대비, 회사 정문과 안에 인화물질과 대형 장비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있다. 또 높이 1백여m의 골리앗 크레인 위 등에 비상식량을 준비해 놓고 가상훈련까지 하는 등 분위기가 살벌하다.

한라중공업 노조가 지난 8월18일부터 회사를 완전히 점거한 채 파업하는 바람에 관리직 임직원들은 회사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고용조정 때의 노사합의와 임금.단체협약의 97년 수준 회복 등을 요구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같은 요구를 사실상 다 들어줬는데도 노조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둬 회사와 지역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암〓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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