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같아도 속은 제각각 … 아파트 다품종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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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크기라도 평면은 다양하게=동보주택건설이 21일 인천 영종지구에서 청약신청을 받는 동보노빌리티는 주택형이 전용 84㎡뿐이다. 하지만 방·거실 배치 등이 모두 다른 10개의 평면이 제시됐다. 같은 곳의 한양수자인도 전용 59㎡ 단일 주택형이지만 평면은 7개나 된다. 또 벽산건설이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분양한 벽산블루밍(전용 59·84·114㎡) 전용 84㎡에는 5개 평면이 있다. 동보주택건설 강진원 전무는 “수요가 많은 전용 84㎡형에 집중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평면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대형(전용 85㎡ 초과)이 많이 줄었다. 현대건설이 서울 광진구에서 20일 청약접수를 하는 광장힐스테이트는 중대형 주택형이 전용 130㎡ 1개뿐이다. 대신 평면은 3개다. 권오진 분양소장은 “중대형은 최소화하는 대신 평면 종류를 늘려 좋아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핵가족화 등으로 중대형 수요가 감소한 데다 주택 수요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진 때문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건설사가 수요자의 생각을 먼저 읽고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끔 시장 환경이 바뀐 게 평면 세분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조망권이 강조되면서 탑상형(타워형) 아파트가 부쩍 늘어난 점도 있다. 대림산업 설계팀 김상윤 과장은 “구조적으로 다양한 평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탑상형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선택의 폭은 더 넓어져=평면의 가짓수만 많아진 게 아니라 특정 수요만을 위한 맞춤형 평면도 잇따른다. 인천공항 직원 등 임차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영종지구의 한양수자인에는 집의 절반을 세놓게 만든 평면이 선보였다. 현관을 중심으로 거실·방·주방을 양쪽에 각각 하나씩 배치한 것이다. 가족 수가 많지 않다면 직접 살면서 임대할 수도 있고, 한 집을 2가구에 각각 세를 줄 수도 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벽산블루밍 전용 132㎡에도 이런 평면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59㎡는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 등을 위해 방을 1개만 만들었다. 대전 파렌하이트 전용 84㎡는 일반적인 구조(방 3개)와는 달리 방이 2개다. 그 덕에 거실이 넓어져 자녀들이 분가한 중·장년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전업 주부를 위해 주방 쪽에 별도 공간(방)을 만들기도 한다. 김포 한강신도시 한양수자인 전용 84㎡와 남양주 별내지구 쌍용예가 전용 101㎡가 대표적인 경우다.

평면이 다양해진 만큼 가족 구성원이나 수, 생활 패턴 등을 좀 더 꼼꼼히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한아름주택 강주택 사장은 “특수계층용 평면은 희소가치가 돋보이나 수요층이 폭넓지 않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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