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선동열도 한대화도 응원은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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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11년 만에 광주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선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1983년 첫 우승부터 97년 마지막 우승까지 해태 타이거즈를 9차례나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렸던 주역 10명이 차례로 소개됐다.

마운드엔 선동열(46·삼성 감독)이 섰고 포수 자리엔 장채근(45·전 히어로즈 코치)이 자리했다. 1루수 김성한(51·전 KIA 감독)·2루수 홍현우(37·전 KIA 선수)·3루수 한대화(49·한화 감독)·유격수 서정환(54·전 KIA 감독)이 내야 각 포지션에, 좌익수 김일권(53·전 삼성 코치)·중견수 이순철(48·전 LG 감독), 우익수 김종모(50·KIA 수석코치)가 외야에 섰다. 지명타자였던 김봉연(57·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이 시구를 했다. 유니폼 대신 양복을 차려 입었지만 ‘20세기 최강팀’이 부활한 듯한 느낌이었다.

강했지만 가난했던 해태를 KIA가 2001년 인수했다. 해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타이거즈라는 이름을 소중하게 이어받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2009년 가을 타이거즈는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올스타전에서 모처럼 재회했던 타이거즈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올해는 꼭 우승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3위였던 KIA는 일주일 후 1위에 오른 뒤 시즌 끝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김종모 KIA 수석코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이거즈 올드 스타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선동열 삼성 감독, 한대화 한화 감독은 적장의 마음을 잠시 잊고 타이거즈 선배로서 KIA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채널 MBC ESPN 야구 해설자로 활약 중인 서정환 전 감독과 이순철 전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이들도 후배 응원에는 한마음이다. 김성한 전 KIA 감독은 지난해 광주 시내에 ‘하이난’이라는 중국요리집을 개업했다. 지난 7월 미국으로 야구 연수를 떠났다가 지난달에 돌아왔다.

김봉연 교수도 진한 향수를 갖고 있다. 특히 그의 현역 시절 등번호 27번을 이어받은 김상현(29)이 올 시즌 홈런·타점왕에 오르자 김 교수는 “김상현이 2000년 해태에 입단했을 때 내가 타격 코치였다. 군산상고 후배이기도 하다. 요즘 김상현 보는 재미로 산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타이거즈 올드 스타들은 매년 12월 모여 송년회를 연다. KIA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들의 파티는 한층 흥겨워질 것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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