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반병섭 '교포의 정원'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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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쩌다

울타리 밖에 나온 우리들

교포라,

해외동포라 이름 하는데

김태정님은

무궁화 수(樹)로 한반도를 만들고

한뿌리,

같은 색의 꽃을 피우며

조국이라 하는데

나는 삼천리강산을

연못으로 파고

갑산에서 합천까지

청진에서 여수까지

자유하는 금붕어를 키우는데

- 반병섭(75) '교포의 정원' 중

일제시대 젊은 신학도였고 나라 밖에서 내내 신학과 목회에 헌신하는 동안 시를 지켜온 해외문단 원로가 있다. 그러다가 지금은 잠시 한신대에서 강의를 한다.

비록 먼 나라에 건너가 사는 중에도 떠난 조국을 못잊어 무궁화나무로 한반도를 그리고, 수놓고 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데 아예 마당에 한반도 형상의 못을 만들어 그 안에 금붕어의 자유자재로 한겨레 통일의 시절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무슨 수사학이 필요하랴. 그저 묵묵한 듯 회포, 그것이면 시가 된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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