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빛본 '아버지의 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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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선친의 얼이 담긴 애국훈장을 22년 만에 받게 된 자식의 불효를 용서하세요. "

일제때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고문 끝에 1943년 순국한 최태현(崔泰鉉)목사의 살아있는 유일한 혈육인 셋째 아들 최희만(崔禧萬.71.미국 거주)옹은 지난 7일 국가보훈처로부터 22년전 훈장추서자로 결정된 부친의 애국장을 뒤늦게 받고서 눈물을 쏟았다.

일제 당시 삼육대학 이사장이었던 崔목사는 신사참배 거부 등으로 종로경찰서에 끌려가 12일 동안 전기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다 서거했다.

崔목사는 한국안식일교회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됐으나 정부의 공훈 인정은 순국한지 34년이 지난 77년 이뤄졌다.

그 사이 崔목사의 부인과 세 아들은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하는 바람에 정작 훈장을 받을 유가족들이 없어 애국장은 국가보훈처의 창고 속에 들어가 주인을 22년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崔옹은 지난달 27일 평화통일자문회의 로스앤젤레스(LA)지역 고문 자격으로 내한한 뒤 늦게나마 선친의 공훈을 인정받고자 삼육대를 찾았다. 崔목사에 대한 기록을 찾고 싶어서였다.

삼육대 신학과 이종근(李鍾根)교수는 "서훈 신청서류를 만든 뒤 崔옹과 함께 국가보훈처를 찾아가 '崔목사께서 이미 훈장을 받으셨다' 는 말을 들었다" 고 말했다.

崔옹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연금은 수령할 수 없다고 하지만 훈장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돼 선친의 뜻을 영원히 기릴 수 있게 됐다" 고 기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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