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강렬한 역습, 9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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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본선 32강전> ○ 황이중 7단 ● 허영호 7단

제8보(85~102)=서봉수 9단은 자신의 전성기와 요즘 바둑의 수준 차이를 “천양지차”라고 표현한다. 서 9단 특유의 과장 화법을 고려하더라도 요즘 기사들은 정말 귀신처럼 수를 본다. 85는 팻감이면서 노림을 내포한 수인데 황이중 7단은 서두르지 않고 86부터 단수한다. 팻감은 백이 많아 흑은 결국 91로 물러서게 된다. 그 다음 94로 받았는데 일견 생각하기 쉽지 않은 수. 하지만 놓이고 보니 좋은 수다.

‘참고도’ 흑1은 바보짓. 백A가 귀의 사활에 선수여서 퇴로가 확보된 백은 마음 놓고 2로 끊을 수 있다. ‘악’ 하고 비명소리가 나는 순간이다. 허영호 7단은 지뢰를 피하듯 조심스럽게 물러나 95로 밀고 들어갔다. 공격적이며 큰 곳. 그러나 위쪽에서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적인 감정도 살짝 섞인 수다. 허영호가 좀 더 냉정했더라면 우상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았을 것이다.

98의 침공이 강렬했다. 허영호도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고 고백한다. 칼을 뽑아 하변 일대를 다 잡으러 가고 싶지만 우변 흑도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참지 않을 수 없다. 용기를 따진다면 우세한 쪽은 불리한 쪽에 상대가 안 된다. 99-102까지 해결했는데 엄청나게 당했다. 게다가 흑은 아직도 뭔가 가일수가 필요해 혹 계가가 위태로워졌는지 궁금할 지경이다(90-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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