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환 사법연수원장 '마지막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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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젠 물러날 때가 됐다고 봅니다. 21세기에는 변화의 바람을 이끌 새 함장이 필요합니다. "

사법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묵묵히 법조인 양성에 주력해 온 가재환(賈在桓.59)사법연수원장이 7일로 31년간 법관생활을 접는다.

그는 94년 7월 사법연수원장직에 취임, 5년3개월이란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며 2천3백89명의 법조인을 배출한 '영원한 훈장 선생님' 으로 남게 됐다.

6일 오전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법조 책임론' 이란 과목으로 마지막 강의에 나선 賈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법조인생을 술회했다.

"재판.기획 등 안해본 일이 없지만 훌륭한 법조인을 키운다는 일념으로 보낸 지난 5년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고 전제한 그는 "새 밀레니엄을 이끌 위대한 판.검사, 바람직한 변호사로 성장해 달라" 고 당부했다.

賈원장은 특히 법조비리 사건 등 법조계에 닥친 위기상황을 염두에 둔 듯 법조인의 윤리의식과 자세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예비 법조인들은 윤리적 자세를 한층 가다듬고 국민.국가에 더 책임있는 일을 해야 한다. 청년정신으로 위기와 도전을 기회로 삼으면 신념은 기적을 낳게 된다" 고 말했다.

이날 賈원장이 "나도 이젠 나이를 잊고 '청년 변호사' 로 10년간 열심히 뛸 것이고 그 이후엔 무료 변론에 힘쓰겠다" 며 단상에서 내려오자 연수원생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앞길을 축복했다.

법조계에선 사법연수원 제도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賈원장은 사시 합격자수가 5백명 이상으로 늘어난 97년부터 학기제 도입과 전문과목 신설, 변호사 실무교육 강화 등 획기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특히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사회봉사연수 제도를 도입하고 연수원생들과 1주일에 두번씩 점심을 먹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김밥 미팅' 을 연수원의 명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그는 고시 15회로 대전고.서울대 법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했으며 대법원장 비서실장.법원행정처 차장.서울민사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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