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어떻게 되나] 그룹측선 "경영권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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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진 그룹의 경영권은 어떻게 될까. 또 이렇게 엄청난 추징금을 어떤 방법으로 마련할까. 국세청이 한진에 무려 5천여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키로 하는 한편 창업주인 조중훈(趙重勳)명예회장과 장남 양호.3남 수호씨 등 3부자(父子)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한진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관심은 경영권. 물론 한진은 "경영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趙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조양호 사장도 대외업무만을 맡는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라는 것.

한진 관계자는 "항공쪽은 심이택(沈利澤)사장 중심으로 경영해 왔고 임원진도 교체했기 때문에 경영에 문제가 없으며 해운 쪽도 이를 맡고 있는 조수호 사장의 관련 부분이 크지 않아 구속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趙명예회장 일가에 대한 국세청의 고발이 인신구속 가능성이 높은 조세포탈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라 이들중 한명이라도 구속될 경우 경영권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까지는 가지 않더라로 오너 중심 경영 관행을 타파하려는 최근 분위기로 볼 때 주요 계열사에 전문 경영진들이 포진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관건은 추징금. 나중에 재판을 통해 돌려받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 그룹 경영은 물론 대주주의 지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 14조여원, 당기순이익 약 5천억을 올렸던 한진은 올들어 기름값 상승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지면서 상반기 순이익도 1천억~2천억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추징금중 趙명예회장 일가와 법인인 한진그룹 계열사의 몫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법인 몫이 적어도 수천억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한진 관계자는 "이 돈을 지불할 경우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趙명예회장 일가가 내야 할 세금도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보여 지분 비율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대주주들이 지분을 팔거나 회사가 비행기 등을 팔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서열 6위의 한진은 趙명예회장의 네 아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은 항공 ▶차남(남호씨)은 중공업 ▶3남은 해운 ▶4남(정호씨)은 금융을 나눠맡는 것으로 2세 승계 작업이 이뤄져 왔으며 지분 정리도 마무리 단계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자칫하면 趙명예회장 일가의 소유권과 경영권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

홍승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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