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누구 말을 듣나"…문화부·예산처 지시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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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국마사회가 문화관광부와 기획예산처의 정책혼선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지난달말 문화관광부는 서울경마공원 이외 장외발매소를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축소 운용할 것을 마사회측에 지시했다.

장외발매소 베팅 한도액을 현행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할 것도 포함시켰다.

이에 반해 기획예산처는 95년 이후 4%대에 머물고 있는 사업이익률을 2000년까지 6%로 상향 조정하라고 마사회측에 명령했다. 매출액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환급률 및 매출관련 세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이익률만 높이라는 주문이다.

마사회는 한쪽에서는 매출액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이익률을 올리라는 상반된 지시에 "어느 장단에 춤춰야 될지 모르겠다" 며 황당해 하고 있다.

문화부 공문대로 매출의 62%를 차지하는 장외발매소를 축소 운용하게 되면 매출 격감에 따른 이익률 하락이 예상되고, 기획예산처의 지시대로 이익률을 6%에 맞추기 위해서는 매출을 올해 3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IMF이후 인력과 인건비를 20% 이상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협력했던 마사회 노동조합은 "부처간 사전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익률 제고를 위해 추가적인 감원 조치가 있을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조는 4일 오후 세종로 문화부 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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