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국정홍보처의 일방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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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언제 결정했나.

"일요일(3일) 오후 연락을 받고 와보니 보내기로 했다더라. "

- 문구는 어떻게 결정됐나.

"우리(국정홍보처)가 만든걸 가지고 (청와대)공보수석 등과 상의했다. "

- 청와대와 상의하면서 수정된 건 없나.

"일부 구절이 좀더 센 표현으로 바뀌었다. "

국정홍보처가 4일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에 보낸 편지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는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편지 속에는 "중앙일보가 이번 사건을 언론탄압으로 비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귀측의 주장은 주권국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5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부활한 국정홍보처는 일성으로 '열린 홍보' '쌍방향 홍보' 를 다짐해 왔다.

그러나 국정홍보처가 국제언론단체에 보낸 편지 속에는 오로지 '일방 홍보' 만이 담겨있다. 편지에는 이런 문구가 당당하게 포함돼 있다.

"김대중 정부는 역사상 어느 정부보다 민주사회에서의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 과연 그런가.

그런 자부심을 가진 현 정부가 가해온 기사와 인사 압력에 대해 중앙일보는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실상' 이란 기사로 고발하고 있다. 신문으로선 부끄럽기 그지없는 굴종의 과거사까지 낱낱이 드러내 보이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편지는 이 대목에 대해선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한술 더 떠 '한국의 시민단체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洪씨의 개인비리에 대한 구속수사와 사장직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 적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그것만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현 정권이 민간신문에 대해 편집은 물론 인사까지 간섭했다면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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