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스크린, 당신의 나이 알고 물건 추천한다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유통업체 107개가 참여한 가운데 14일 막이 오른 ‘제14회 아ㆍ태 소매업자 대회’에는 미래의 매장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통 신기술들이 전시된다. 이 대회는 유통업의 미래상을 알아보고 최신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유통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첨단 신기술이 적용된 유통 관련 전시물들을 알아봤다. 이번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말하는 스크린(i-wall)

2012년 30대 직장여성 A씨. 퇴근길 회사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스크린은 의류ㆍ가전ㆍ식품ㆍ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A씨가 스크린에 손을 갖다 대자 “올 겨울 30대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겨울 코트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린다. 스크린에는 겨울 코트를 입은 유명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A씨는 한 모델이 입은 코트가 마음에 들어 스크린에 손을 대자 코트의 색상ㆍ가격ㆍ원단ㆍ사이즈 등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A씨는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코트를 구매한다. 말하는 스크린은 기존 전광판 기능 뿐 아니라 분석, 제안, 결제까지 병행하는 쇼핑공간이다. 벽 안에 감춰진 ‘현장 분석기 카메라’가 사람의 얼굴 윤곽을 인식해 성별, 연령 등을 자동 측정하게 되는 신기술이다.

#지능형 탈의실(Virtual Fitting)

패션에 관심이 많은 B씨. 그는 이옷 저옷 갈아입는 것을 귀찮아 한다. 하지만 ‘지능형 탈의실’이 있다면 번거롭게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B씨는 한 의류 매장 탈의실에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간다. 탈의실 화면에는 B씨의 치수가 나타난다. 점원이 갈색 점퍼를 추천하면 화면에는 갈색 점퍼를 입은 B씨의 모습이 보인다. 현재 입고 있는 바지와 구두, 셔츠와도 잘 어울리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면에는 이 점퍼의 가격, 원단, 사이즈, 제조일자, 세탁정보가 함께 제시된다. 대한상의는 “이 기술은 전자태그와 신체 스캔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마트

대형마트를 찾은 C씨. 매장에 들어서자 1m 높이의 휴머노이드 상업용 로봇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어, 포도, 사과를 30% 세일 행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전단지를 나눠준다. C씨가 그냥 지나치자 로봇은 “고객님! 이 전단지에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 꼭 받아가세요”라며 그를 붙잡아 세운다. 전단지를 받은 C씨는 LCD 모니터가 달려 있는 카트를 밀고 다닌다. 카트는 매장 내 제품 진열 현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제품을 카트에 담으면 가격과 원산지, 추천 요리, 재고 상태 등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결제도 자동으로 된다.

이 밖에도 3차원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면 이 모습을 촬영해 분석한 매장 점원이 고객에게 꼭 맞는 골프채를 추천해주는 ‘맞춤형 골프숍’과 국내 최초의 이동형 편의점 ‘트랜스포머’ 등도 관심을 끌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현대의 유통산업은 단순한 상품중개에서 벗어나 생산자에게는 소비자의 니즈를, 소비자에게는 생산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며 “친환경 매장 건설, IT기술을 응용한 물류시스템 등의 실천적 노력을 통해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