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자신 없으면 대표팀 합류 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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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네갈과 평가전을 치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과 격돌할 것을 대비한 예방 접종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프랑스 리그 초반부터 2골을 터뜨리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박주영(AS 모나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전술 변화의 핵이 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배들과 경쟁 속에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는 김남일(빗셀고베)·설기현(풀럼)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선수는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차두리(29·프라이부르크)다.

‘아버지가 차범근’이라는 사실은 차두리에게 축복인 동시에 덫이다. 지난해부터 대표팀 물망에 오르내렸던 차두리는 부상을 이유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가 12일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해 대표팀 합류를 꺼렸다. 자신이 없으면 대표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의 아들이니까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차범근 같은 아버지를 두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아픔과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차두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고려대에서도 주전으로 못 뛰던 선수였다. 차두리의 가능성을 탐지한 사람은 거스 히딩크였다. 차두리는 교체 요원으로 투입되는 경기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차두리는 “축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2006년 월드컵 때 방송 해설가로 변신해 동료의 플레이를 팬들에게 전했던 차두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절치부심, 독일 분데스리가 1, 2부를 넘나들며 기량을 쌓았다. 올 시즌에는 1부 리그 프라이부르크에서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허 감독은 차두리에 대해 “입국은 늦었지만 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차두리의 출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45분을 뛰더라도 선수가 가진 것을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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