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6.25때 美軍 양민학살 '노근리 사건'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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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전쟁 초기 4백여명의 한국 양민이 미군에 의해 집단학살당한 이른바 '노근리 사건' 의 진상이 미국 AP통신의 추적 취재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 AP통신 보도〓AP는 29일 오후 2시(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3천 단어 분량의 본문과 요약기사, 한국인 생존자 및 미군의 증언을 소개한 보조기사 등을 타전해 이 사건을 집중조명했다.

AP는 이 기사들을 관련 문건과 함께 자사의 인터넷 웹사이트(http://wire.ap.org)를 통해서도 제공했다.

AP는 이에 앞서 '사고(社告)' 를 통해 이 기사가 미군과 한국인 생존자 수십명을 면담하고 비밀해제된 미군서류를 검토.분석하는 등 여러 달에 걸친 추적조사 끝에 작성됐다고 밝혔다.

AP는 특히 비밀해제된 문건에서 미군이 전쟁 초기 피난민을 비롯한 양민을 '적군' 으로 간주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사실을 밝혀냈다.

노근리 사건은 지난 50년 7월 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피난민 4백여명이 미군의 무차별 폭격과 사격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

그동안 현지 주민과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이 사건의 정확한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미군측의 가해사실을 확실히 입증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 노근리 현지 분위기〓 "이제 미군 스스로가 당시 사건이 교전이 아니라 양민학살이었다고 밝힌 만큼 미국 정부 차원의 사과와 응분의 배상이 이뤄져야 겠죠. "

노근리 양민학살 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은용(鄭殷溶.77.대전시 서구 가수원동)씨는 처참했던 사건의 진상이 뒤늦게나마 밝혀진 데 대해 감회어린 눈물을 흘렸다.

사건 당시 열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형을 잃은 양해찬(59)씨도 "그동안 군사정권 하에서는 노근리 사건을 거론하는 것조차 '반미 행위' 로 간주돼 입도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해 한이 됐다.

노근리 주민들은 "AP통신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오래 전부터 조사를 해왔다는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며 쌓였던 불만을 터뜨렸다.

영동〓안남영.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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