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철인골퍼' 강요하는 女골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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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0일 동안 3개 골프대회에 9라운드를 뛰어야 하다니-.

한 라운드에 대략 8㎞ 정도를 걸어야 하고 연습라운드까지 해야 하는 선수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런 일정은 차라리 철인경기에 가깝다.

그러나 이 스케줄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만들어 놓은 '실제상황' 이다.

협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10월 골프대회 일정에 따르면 22일부터 3일간 바이코리아컵대회, 26일부터 3일간은 파라다이스여자오픈대회가 열리게 돼있다.

문제는 한국골프협회(KGA.아마추어)가 주최하는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가 박세리.낸시 로페스 등을 초청한 가운데 29일 개막 예정이라는 것. 따라서 선수들은 22일부터 31일까지 단 하루 쉬고 '마라톤 골프' 를 해야 할 형편이다.

KLPGA는 "지난 4월 일정을 잡았는데 KGA가 우리의 일정을 무시했다" 며 "일정조정은 힘들다" 고 못박았다.

반면 KGA는 "한국오픈은 매년 10월 마지막주에 대회를 열어왔다. KLPGA가 주말과 주중에 연속해 대회를 치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 이라는 주장이다.

연간 고작 10개 정도 열리는 대회 일정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 협회의 한심한 행정능력에 골퍼들만 피곤하게 됐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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