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불우이웃돕기 성금 엉뚱한 곳에 쓰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연말연시에 모금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정작 필요한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나 불우이웃들에게 분배되기보다 일반 시민단체들이나 엉뚱한 사업에 지원돼 시민들의 정성이 헛되이 되고 있다.

민간단체 주도로 성금을 모금.분배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98년 11월 발족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30년 가까이 성금으로 지원해왔던 불우이웃에 대한 기초생계비 직접지원을 대폭 줄인 대신 효과가 불투명한 시민단체들의 각종 사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본지 기획취재팀은 99년 공동모금회 중앙본부의 지원을 받은 1백66개 단체 중 40곳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접촉,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모금회 자료에 따르면 68억원의 사업비가 지출된 올해의 경우 기초생계비 직접지원사업은 전체의 13.5%에 불과한 반면 심리치료나 교육훈련 사업.장애인 통합활동 등의 사업이 58.6%나 차지했다.

특히 일부 사업비는 시화공단 대기오염 조사.황소개구리 잡기.실직자 교육처럼 엉뚱한 사업이나 단체에 지원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하거나 푼돈만 지원되고 있어 불우이웃들이나 복지시설 수용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공동모금회 사업내용을 분석해온 국회 보건복지위 오양순(吳陽順.한나라당)의원도 "98~99년 설립돼 검증되지 않은 단체나 사회복지와 무관한 환경단체에 지원되거나 쥐꼬리만한 액수가 지원돼 사업수행 자체가 불가능해져 성금이 낭비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본지가 단독입수한 공동모금회 중앙본부의 내년 지원계획(총 25억원)에 따르면 그동안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지원됐던 고아원.양로원 등의 춘계부식비.김장비.피복비 17억원을 "기초생계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는 이유로 전면 삭감, 전국 복지시설에 수용된 7만8천여명이 내년에는 부식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불우이웃에 대한 기초생계비 지원사업은 올해보다 대폭 줄어 5.3%에 불과한 반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편견극복' 과 같은 캠페인성 사업이 많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공동모금회 내부에서조차 성금 불공정 배분 문제가 제기돼 공동모금회의 일부 이사들과 배분결정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했고, 지난 3월 한국아동복지시설연합회 등 7개 사회복지단체가 연합해 "배분이 잘못됐다" 는 탄원서를 보건복지부 등에 제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공동모금회 윤수경(尹秀卿)사무총장은 "사업비는 내부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했다. 기초생계 지원에 매달리면 사회복지 발전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책임자인 한명섭(韓明燮)배분팀장은 "성금은 시민들이 소년소녀가장.결식아동.결식노인 등을 위해 기부한 것인 줄 잘 알고 있다" 면서 "그러나 실제로 2000년 사업예산의 50%는 불우이웃이 아닌 일반시민에게 지원되는 게 사실" 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안성규.강찬수.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