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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火] 술도 안 먹는데 지방간이?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헬스코치내 몸 경영 초심자들이 저지르는 많은 실수 중의 하나가 제대로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허공에 대고 헛주먹질만 하다가 병이 닥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적의 실체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아예 모르는 것보다 잘못 아는 것이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물론 지나친 질병공부로 인하여 마음 속의 불안과 걱정을 키우는 것이 건강을 해치는 으뜸 행위임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 중의 하나가 지방간은 술을 많이 먹는 사람한테만 생기며 술을 끊으면 지방간 역시 따라서 좋아지리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30대후반의 김하나씨가 나날이 늘어나는 뱃살로 나를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자했더니 술도 안 먹는데 검사는 왜 해요? 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를 하면서 초음파 모니터로 옆의 비장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지방 세포가 촘촘히 박힌 특유의 지방간을 보여주었더니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한숨을 쉬던 김씨는 “선생님, 저는 술도 먹지 않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물었다.

김씨의 경우처럼 술을 안먹는 사람들에게서도 지방간 발생이 늘고 있다. 2007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사람 중 지방간은 28.3%였는데 이중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검진자의 16%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12.3%)보다 많았다.

20여년전 불과 5%에 불과하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숫자가 이토록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나라의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만 관련 질환이 급속히 팽창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 환자의 33%, 고혈압 환자의 20.7%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이 생기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대한 체내의 저항성이 증가해 당이나 지방 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에너지 대사를 총괄하는 간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방간에 대해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검사 결과를 일러줄 때 사람들이 가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결과도 지방간이었다. ‘간에 기름 좀 낀것뿐인데 게다가 나는 술도 안먹는데 별일이야 있을라구. 간염도 아니니 걱정 안해도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간 환자의 5~20% 가량은 지방간에 의한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30~40%는 간이 딱딱해져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는 지방간의 자연사에만 문제가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간은 뇌심혈관계 질환발생의 가장 강력한 바로미터인 인슐린 저항성의 한 보초병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배가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모든 대사성 질환의 뿌리로 작용하며 흡연, 비만, 문제음주 등과 연합하여 치명적인 뇌심혈관계 질환 또는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이 복부 초음파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지방간 소견을 뇌졸중,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가기 전단계인 대사 증후군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최수연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협심증과 심장돌연사 등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약 1.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경우 지방간이외에도 당뇨 전단계와 중성지방혈증의 소견까지 보였다. 이전까지 미용 목적으로만 체중 감량을 생각하던 김씨는 심기일전하게 되었고‘락다이어트’습관 함양으로 3개월간 11kg을 감량하였다.

3개월후 다시 검사한 초음파에서 간의 색깔은 주위 비장의 색깔과 비슷한 건강 음영을 되찾았고 혈당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도 정상으로 내려갔다.

또 하나 지방간을 불러일으키는 주범 중의 하나가 잘못된 음주 습관이라는 사실에 주의하라. 만성 피로로 나를 찾은 나주관씨의 검사소견에는 간수치 증가 및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체크되었다.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신터라 나씨는 지방간에 대해서 매우 걱정하고 불안해 하였다. 인터뷰 중 나씨의 입에서 우리 나라 직장 남성들이 평균적으로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가 여지없이 폭로되었다. “간을 보호하려고 몸에 좋은 안주란 안주는 열심히 챙겨먹었는데 왜 이런…?”

평균 일주일에 3회정도 이런 저런 이유로 술자리를 갖는 나씨의 영양 평가에서 음주시 1회 섭취 열량은 5000Kcal이상 이었다. 왠만한 사람이 이틀 먹는 열량을 한 끼에 다 먹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먹을 때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주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안주들을 과잉섭취 하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칼로리 과잉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활이 일주일에 3-4회 반복되다보니 결국에는 배만 볼록한 복부비만 상태에다 고지혈증, 지방간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나씨는 내 처방을 잘 받아들여 2주 금주를 하고 이후로는 음주 횟수와 차수, 그리고 1회 음주 섭취량을 모두 반으로 줄였으며 물 섭취량은 두배로 늘렸다. 가끔은 안주없이 가볍게 술만 먹다가 들어오기도 하였다. 안주 없이 술만 먹으니 자연스럽게 알코올 섭취량이 줄어들어 2,3차 가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었다. 어쩔수없이 음주를 할 경우에는 콜레스테롤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좀더 신경써서 섭취하였다. 김씨가 내 처방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중의 하나가 주량 자랑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김씨는 주량이 약한 것을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우스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고백하였다. 두 달후 허리 사이즈가 2인치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주량도 반 이하로 내려갔다. 마음놓고 먹어도 이전의 반 정도밖에 먹지 못하는 주량의 감소현상은 뱃살 감소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다음번 검사에서 간수치와 고지혈증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방간은 술보다 오히려 뱃살에서 생긴다는 또다른 시크릿에 주목하기를!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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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당신 몸의 빚을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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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내가 없으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 봐라
⑥ 초우량 삼성처럼 내 몸 경영 하는 법
⑦ 내 몸 경영의 목표는 전성기의 나
⑧ 술도 안 먹는데 지방간이?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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