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집단민원'몸살…소각장등 취소.유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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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민원인의 집단이기주의와 서울시의 밀실행정으로 필수 공공시설 건설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민원 도미노' 앞에 행정력이 맥없이 무너지는 현상은 교통.환경.복지 등 행정 전반에 걸쳐 있다.

이로 인해 시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고 사회적 비용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전체의 부담이 되고 있다.

◇ 무조건 반대와 밀실행정 = 1년 이상 끌어오던 철도청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차량기지 건설 계획이 최근 무산됐다.

집단시위를 동반한 주민들의 결사 반대로 사업추진이 여의치 않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15일 안건을 아예 철회해버린 것. 서울시의 제2화장장 건립계획도 시작부터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삐걱거리고 있다.

강서구 주민들은 오곡동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자 이달 초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했다.

지역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쟁점으로 들고나와 주민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밀실행정이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비밀작업으로 1백여곳의 후보지 중 임의로 최종 후보지 3곳을 선정했다" 며 "사실상 오곡동을 내정해놓고 집행단계에서 형식적으로 주민의견을 듣겠다고 하니 반발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민원인의 '무조건 반대' 로 행정력이 맥을 못 추는 분야 중 쓰레기소각장 건설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가 한때 추진했던 구로구 천왕동 소각장은 지난해 광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시는 현재 중랑.송파.강서구에서 소각장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역시 곳곳에서 민원에 덜미가 잡혀 있다.

노숙자 쉼터 개설도 주민반대로 제때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최근 사용기한이 지난 영등포구 대방동 노숙자 쉼터 '게스트하우스' 를 남산 옛 안기부 자리로 옮기려 했으나 뒤늦게 안 주민 반발로 불발에 그쳤다.

◇ 심각한 부작용 = 차량기지 수요증가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철도청은 경인 2복선과 구로 3복선화로 증차 되는 차량 정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제2 화장장이 제때 건립되지 못하면 현재 하루 적정처리 능력 (45구) 을 초과 (55구) 하고 있는 벽제 화장장의 대기시간이 더 길어져 장례를 제때 치를 수 없게된다.

시 관계자는 "매장문화를 화장문화로 바꾸려는 '장묘문화개선 시민운동' 의 사회적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 걱정했다.

소각장 건설 차질로 '쓰레기 대란' 은 불 보듯 뻔하다.

시 폐기물시설과 윤원상 (尹源相) 과장은 "소각장 건설이 차질을 빚을 경우 쓰레기대란이 유발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노숙자 문제도 간단치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로는 전국의 노숙자수가 지난해보다 2배로 늘었다.

겨울도 다가오는 데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은 사회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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