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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건국50주년] 3. 인구억제 정책 19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입학 찬조금 1만위안, 한달 학비가 4백60위안. 주말에도 놀릴 수 없지. 영어와 그림 레슨으로 학기당 3백위안과 2백50위안씩, 교재비가 학기당 3백위안. "

9월 새 학년도를 맞아 올해 4세 아들을 베이징 (北京) 의 베이하이 (北海) 유아원에 입학시킨 주 (朱) 여사. 3년간 다니는 유아원이니 찬조금을 연간 3천3백위안으로 잡으면 아들의 유아원비가 1년에 1만위안 (1백40만원 가량) 이 넘는다.

연소득의 4분의 1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朱여사의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나뿐인 아들인데, 남보다 뒤질 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이를 악문다.

자신과 남편의 노년 계획은 아예 뒷전이다.

80년 9월 '한자녀 갖기 정책' 이 중국 전역에서 시행됐다.

도시에선 아들.딸 불문하고 하나, 농촌에선 첫째가 아들이면 그만, 딸이면 둘까지 낳을 수 있다.

가정마다 아이들은 응석받이로 자라게 마련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사주고 떠받든다고 해서 이들을 소황제 (小皇帝) 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일반화된지 오래다.

소황제들은 지난 19년간 4억명 이상이 탄생했다.

소황제를 맥도널드 체인점으로 데리고 와 뒤에서 침만 삼키며 서있는 부모들의 모습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투자를 많이 해서인지 소황제들은 왕성한 지식욕과 풍부한 상상력, 뛰어난 표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홍콩 시사주간지 광각경 (廣角鏡) 은 최근호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11~16세의 일본학생 70여명과 중국의 소황제 30여명 등 1백여명이 내몽고로 야영을 떠났다.

복통이 생긴 일본 학생들은 참고 걸었다.

그러나 소황제들은 다리가 아프다고 차를 불렀다.

차량이 모래에 빠지자 일본 학생들이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

소황제들은 옆에 서서 힘내라는 '자유 (加油) ' 만을 외쳤다.

부모의 과보호로 나약하고 이기적인 소황제들이 양산된 것이다.

최근 경제특구 선전 (深수)에선 '사불청년 (四不靑年)' 이란 말이 유행 중이다.

공부.일.농사.장사에 힘을 쏟지 않고 부모의 재력에만 기대, 빈둥빈둥 먹고 노는 소황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참다 못한 부모들이 어렵게 일으켜 세운 기업을 친자식이 아닌 유능한 인재에게 맡기는 '경리혁명 (經理革命.전문경영인 초빙혁명)' 마저 일고 있다.

반면 농촌엔 '헤이하이즈 (黑孩子.계획 이외의 출산으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 가 넘쳐난다.

지난해 여름 1백년만의 대홍수를 맞은 후베이 (湖北) 성 파이저우 (洲) 지역. 한밤중에 제방이 무너지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적어도 1천여명, 많게는 3천명 정도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거짓 발표라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호적에 오르지 못한 헤이하이즈의 사망으로 숫자가 틀려진 것이다.

당시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인민해방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6세 여아 장산 (江산) .부모외 4자매가 있었다고 밝혀 TV를 보던 중국인들을 아연케 했다.

江의 여섯식구 중 어머니와 두 동생 등 3명이 홍수에 떠내려갔고 아버지와 12세 언니 등 3명만이 살아 남았다.

갓난아기인 동생을 나무에 묶었지만 격류에 나무가 부러지면서 동생 또한 물살 속으로 사라졌다고 울먹였다.

중국인들은 할말을 잊었다.

80년 한자녀 갖기 정책을 시행한 이래 많이 낳아야 둘인데 계획외 아이가 태어나면 농민들로선 감당키 어려운 5천위안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렇게까지 중국 농부들이 아이를 낳으려는 것은 뿌리깊은 남아선호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력 확보라는 실질적 필요도 있어서다.

도대체 중국 전역의 헤이하이즈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90년의 인구센서스 결과 호적에도 못올라 의무교육도 예방접종도 못받는 헤이하이즈는 1천5백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는 3천만명까지 내다본다.

중국 건국 50년. 과중한 인구부담을 덜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도시의 소황제, 농촌의 헤이하이즈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형제자매 친인척 개념을 상실해가는 소황제, 인구의 블랙홀로 유령처럼 떠도는 헤이하이즈. 중국의 인구문제는 아직도 헤쳐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한 것 같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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