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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나들이] 팬시 댄스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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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기자기함과 기발함. 전자제품부터 팬시용품까지 일본 제품이 세계를 상대로 수십년간 쌓아올린 이미지다. 순간의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상품화하는 일본의 특성을 현대미술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지난 10일 아트선재센터 (관장 정희자)에서 막을 올린 '팬시 댄스 - 1990년 이후의 일본 현대미술' 전은 '1990년 이후' 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젊고 발랄한 아이디어를 감각적으로 다듬어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우선 탈 (脫) 장르 또는 장르 혼합이라는 최근 미술계 조류에 걸맞게 이 곳에서도 '짬뽕' 현상이 두드러진다.

비디오 작업과 애니메이션.컴퓨터 그래픽.사진.설치 등 전통적 분야의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는 작가들이 젊은 층의 눈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또 작업마다 뜯어보면 작가들이 미술을 엄숙하고 심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수성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놀이' 로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하 2층에 설치된 카추히코 하치야의 스케이트 보드 타기가 그 좋은 예다. 활 모양으로 휜 플라스틱 대 아래에는 TV 모니터가 여러 대 놓여있다. 보더가 일정한 높이에 다다르면 그때부터 높이 변화에 따라 모니터에서 나오는 파도의 움직임이 변화한다는 착상이 재미있다.

영상물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 배 안에서 출렁이는 바닷물을 직접 촬영한 것. 관람객이 작품을 즐기도록 하면서 동시에 일본 현대미술이 한국으로 건너와 소개된다는 상징성까지 의도한 점이 눈에 띈다.

메이와 덴키 형제가 고안해낸 각종 기구는 '성공을 위해 작업한다' 는 이 형제의 익살스런 모토대로 관객의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개막 당일 기구를 악기다루듯 연주하며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벌인 '깜짝 퍼포먼스' 는 전시장을 마치 장터에 벌어진 약장수판처럼 즐겁게 만들었다.

애초의 의도가 어쨌건 간에 복잡하게 생긴 이 기구들로 관람객들과 소통을 한 셈이다.

다만 개막 당일 지하 소극장에서 벌어졌던 행위예술그룹 덤 타입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은 실험의 정도가 지나쳐 '혼자만의 놀이' 가 되버린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영사막에 숫자와 부호, 고속촬영 또는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한 듯한 화면이 1시간 30여분 동안 테크노 음악을 연상시키는 기계적 리듬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펼쳐졌다.

각종 멀티미디어의 이용은 감각적이긴 했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TV 프로를 시청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무대였다. 10월 31일까지. 02 - 733 - 8944.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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