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판교톨게이트 통행료 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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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부고속도로 판교톨게이트를 이용해온 분당주민들이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를 거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도로이용은 원래 무료라고 주장하고 있고, 도로공사측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편익을 본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내야한다 -나경택 한국도로공사 영업처장

성남시 분당주민들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경부고속도로 판교톨게이트의 통행료 무료화 요구가 일부 주민들에 의해 행정소송과 통행료 거부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지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유료도로 제도를 전제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모든 국민이 주지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고속도로의 유료화는 일부 분당주민이 주장하는 것처럼 저급한 상업주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선진국인 일본.프랑스.이탈리아는 물론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도 이 제도를 통해 고속도로 건설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를 최초로 건설했던 독일에서는 유럽통합으로 인해 1백년간 무료화했던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징수하려 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자발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편익의 범위내에서 징수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이 부여되는 이런 원칙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고 판교톨게이트도 예외일 수 없다.

분당에는 2개의 도시고속화도로가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고, 이외에도 국도 등 지역주민들이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체도로가 있다.

따라서 이들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겠다는 '선택' 을 하고 그로 인해 편익을 누렸다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통행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일부 지역의 통행료만 무료화한다면 많은 차량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무료차량들 때문에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고속도로의 기능이 저해된다면 고속도로는 유명무실한 도로가 될 게 확실시된다.

또 특정지역의 통행료 면제는 특혜일 뿐 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형평도 맞지 않는다.

일부 분당주민들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면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법적인 심판을 기다리며 소모적인 분쟁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안된다 -장영하 변호사

도로의 통행은 무료가 원칙이다.

고속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는 도로법이나 고속국도법에 도로의 통행료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만 건설재원이 부족한 경우 신설하거나 개축하기 이전부터 통행료를 받을 것을 예정해 공고한 뒤 건설한 도로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예외가 있다.

이를 규정한 것이 유료도로법이다.

지난 87년 10월 건설부 장관은 경부고속도로 시점부터 판교인터체인지 (IC) 까지의 통행료를 폐지하는 공고를 했다.

이는 통행료를 받아오던 것을 본래의 상태, 즉 '아무나 무료로 통행할 수 있는 지위' 로 회복해 준 것이다.

유료도로법 제3조와 동시행령 제4조를 보면 '유료도로를 신설하거나 개축하는 공사를 시행할 때는 공사착수 15일 전까지 관보 또는 공보와 일간신문에 미리 해당도로의 종류와 노선명 및 공사의 구간 등을 공고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고를 하지 않을 경우 통행료를 받을 수 없음을 말해준다.

89년 12월 경부고속도로 양재IC부터 수원IC까지의 구간을 왕복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공사를 시작하면서 건설부 장관이나 도로공사는 이같은 내용의 공고를 한 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분당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이후인 92년 7월 양재IC부터 수원IC까지의 구간 확장공사를 준공하면서 건설부 장관은 유료도로법 제10조 등에 '무료구간인 양재~판교간의 통행료를 징수하겠다' 는 공고를 했고, 그 이후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판교톨게이트의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건설된 유료도로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할 때 통행료 산정.징수기간 및 방법 등을 공고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기존도로나 신설도로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판교톨게이트 통행료징수에 관한 건설부 장관의 공고는 그 하자 (瑕疵)가 너무나도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히 무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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