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과세방침으로 50평이상 고급주택에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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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정부의 고급주택에 대한 중과세 방침 등으로 주택건설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설계변경을 통해 고급주택 범위에 들지 않도록 아파트 평수를 줄이는가 하면 현재 짓고 있는 고급 빌라분양 현장에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야단이다.

이번 정부조치로 고급주택에 들지 않는 전용면적 49평 주택의 인기가 높아 50평대보다 되레 값이 더 비싸지는 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트럼프월드.가든스위트.아크로빌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올해 인기리에 분양이 완료됐다.

◇ 고급주택 중과세 방침 = 정부는 최근 전용면적 50평에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가액 6억원 이상인 고급 주택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이라 하더라도 주택을 팔때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단독주택은 건평 80평이상 또는 대지 1백50평 이상에 양도가액이 6억원 이상인 주택이다. 전용면적 50~74평 미만의 공동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부담이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일반 세율인 취득가액의 2%가 적용됐으나 내년부터는 4%로 두배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취득가액이 6억원 미만이면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의 고급 아파트와 빌라는 대개 평당 1천만원이 넘어 대부분 이번 대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화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가 중과되는 전용 74평이상의 경우 별 문제가 없지만 이번에 새로 중과 대상에 포함되는 고급 주택은 당분간 침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아파트나 토지를 구입해 1년 이내에 되파는 등 투기의혹이 짙은 부동산 거래자 가운데 기준 시가로 3억원 (서울의 경우 5억원) 이상인 고액 거래자에 대해 매매계약서 내용의 사실 여부조사 등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 평수를 줄여라 = 현대건설은 서울 서초동에서 다음달 분양예정인 61~1백2평형의 중.대형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현대 수퍼빌의 71평형 (1백42가구) 의 전용면적을 당초 51평에서 49.8평 (69평형) 으로 낮췄다.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 분양하는 대우 레이크 월드의 최대 평형인 62평형이 고급주택에 들지 않도록 공용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용면적을 줄일 계획이고 LG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성복리에서 분양예정인 52평형의 분양가를 당초 3억원에서 2억9천5백만원선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다음달 서울 이촌동에서 전용면적 50평이 넘는 65, 84평형을 분양하는 삼성물산과 용인 상현리에서 전용 52.9평인 67평형 2백24가구를 분양하는 금호건설 등은 사업계획 변경이 어려운데다 고급 주택 수요자들의 경우 늘어나는 세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

◇ 찬바람부는 분양시장 =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전용면적 50평 이상에 분양가 10억원대의 고급빌라 11가구를 분양중인 S토건의 경우 분양이 극히 저조한 상태.

회사 관계자는 "최근 고급주택 구매자에 대한 양도세 및 취득세 중과 방침으로 어려움이 크다" 며 "정부 방침이 알려지기 전에는 하루 10여명의 방문자들이 찾아왔으나 그 후 발길이 뚝 끊겼다" 고 말했다.

S건설이 경기도 분당구 구미동에 분양중인 대지 1백20평~1백50평에 건평 85평 규모인 주문형 고급주택 7가구의 경우도 수요자의 발길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

모델하우스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끊난 이후 평일에는 20여명, 주말에는 30~40명 정도 찾아왔으나 고급주택 중과세 등에 대한 정부 방침이 알려진 이후 내방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고 말했다.

분양면적 80~1백평 규모에 평당 분양가 1천만~1천5백만원에 이르는 고급 빌라시장은 더욱 침체되는 분위기다.

◇ 시장 판도가 바뀐다 = 기존 전용면적 50평대 주택의 인기는 크게 떨어지는 반면 40평대가 대거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부의 조치는 고급 대형빌라촌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왜냐 하면 고급빌라에는 자금출처 등에 민감한 고급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이미 분양받은 고급 주택의 계약해지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영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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