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총회 D-56 … 코펜하겐 콘퍼런스서 갈등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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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코펜하겐 로이터=연합뉴스]

교토의정서 이후 세계 환경 질서를 결정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12월 7~18일)가 5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부터 사흘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교토에서 코펜하겐까지’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렸다. 12월 바로 이곳에서 열리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그간의 진행 상황과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덴마크 정부 등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전 세계 관료와 기후·경제학자가 대거 참석했다. 100여 개국 기자들도 이곳을 찾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보여 줬다.

◆“중대결단 내릴 때”=참석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12월 코펜하겐 총회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9일 개막 연설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는 앞으로의 얘기가 아닌 바로 지금의 문제이며 이를 위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바호주 위원장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회의임에도 최근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각국이 보다 치열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맥킨지의 제레미 오펜하임 기후변화 특별이사도 “이전처럼 선진국끼리 일부만 합의해 참여하고 나머지는 빠지는 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격한 입장차=선진국과 개도국의 현격한 입장 차와 불만도 함께 터져 나왔다. 인도의 자이람 라메시 환경장관은 10일 “지나치게 목표치를 높게 잡아 회의를 망쳐서는 곤란하다”며 “(선진국들은)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요구하기에 앞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재정 지원을 해 줄지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자들도 선진국의 성의 부족을 꼬집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17% 감축이라는 선언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코펜하겐=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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