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회장이 내놓은 배 모형 500만원 최고가 낙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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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위아자 나눔장터 ‘명사들의 기증품 경매장’에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기증한 은 100돈쭝(약 375g)으로 만든 모형 선박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 모형 배는 35만원에서 시작해 스무 번에 걸쳐 값이 뛰어 70대 윤종근씨에게 5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김태성 기자]

“네, 그럼 280만원에 낙찰하겠습니다. 네? 500만원요?”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 마련된 나눔장터 중앙무대. 명사 기증품 경매를 지켜보던 시민 200여 명의 시선이 보청기를 한 평범한 차림의 70대 어르신께로 일제히 쏠렸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기증한 은 100돈쭝짜리 배 모형을 500만원에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사업가라고 자신을 밝힌 윤종근(74)씨는 “그냥도 도와야 하는 건데 이렇게 좋은 물건까지 얻어 가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위아자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위아자 명사 기증품 경매는 “기부를 실천하겠다”는 이들의 참여로 고가 낙찰 현상이 벌어졌다. 명사기증품 판매로만 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김종렬(60·사업가)씨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기증한 묵창선 화백의 동양화 ‘겨울 이야기’를 200만원에 샀다. 김씨는 “그림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좋은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위아자 장터에서 그림이나 도자기를 한 점 이상씩 꾸준히 사온 위아자의 단골 손님이다. 자녀 셋과 함께 나온 김용하(44·회계사)·채승민(37)씨 부부는 김경기 사진작가가 기증한 김동석 작가의 사진작품을 150만원에 구입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조금의 보탬이 되길 바란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 나눔장터 자원봉사자들이 중앙일보 포토월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촬영하고 있다. 즉석카메라와 필름은 한국후지필름이 제공했다. [오종택 기자]

중앙일보를 꼼꼼히 읽고 구매할 물품을 미리 ‘찜’해 놓은 이도 많았다. 30대의 한 여성은 남편을 대신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증한 악어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235만원에 샀다. 남편과 전화 통화로 가격을 조율하는 ‘007작전’으로 낙찰에 성공했다. 고은 시인이 쓴 서예작품은 임민철(30·사업가)씨가 1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소설가 김훈의 팬인 이민경(36·회사원)씨는 세 시간을 기다린 끝에 김훈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과 사인을 80만원에 구입했다. 영화배우 장동건씨의 팬인 고경옥(28)씨는 장씨가 영화에서 입었던 양복 한 벌을 46만원에 샀다. 고씨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을 나왔다 뜻밖의 횡재를 한 이도 있었다. 김모(50·회사원)씨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시절 입었던 ‘FIFA 양복’을 6만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예상 밖의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축구팬인 천석필(41·회사원)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증한 맨유 선수 12명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35만원에 구입했다. 김승유 한화금융그룹 회장이 기증한 축구 황제 펠레의 사인이 담긴 축구공도 35만원에 팔렸다. 이 공은 펠레가 1998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 월드컵 공인구에 서명해 김 회장에게 선물한 것이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고어텍스 등산 재킷이 45만원, 배우 전지현씨의 청바지가 19만원에 팔렸다.

◆지방에서도 경매 열기=전국적으로도 열기가 뜨거웠다. 부산 벡스코 야외전시장에서 열린 경매장에선 허남식 부산시장이 기증한 국전작가 송영명의 유화작품 ‘추념’(6호)이 200만원에 낙찰됐다. BN그룹 조성제 회장이 기증한 8폭 매화그림 병풍은 110만원에 낙찰됐다. 대전 경매에선 박성효 대전시장이 경매에 참여해 자신이 내놓은 장식용 벽걸이를 3만5000원에 팔았다. 전주 경매에선 황우엽 KEPCO(한전)전북본부장이 기증한 전기자전거가 35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경진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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