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14. 예비부부 신혼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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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구거리마다 이달 들어 '혼수 특별 세일' 로 예비 부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가구는 워낙 고가품이라 어느 곳에서 무엇을 살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예산을 잡는 일부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예산을 세워 필요한 가구 목록을 꼼꼼하게 작성한 뒤 가장 적합한 가구거리를 찾아간 세 커플의 구매 명세서를 소개한다.

◇ A커플 (아현동 가구거리.예산 5백만원)

대기업 입사 2년차인 崔모 (29) 씨와 鄭모 (27.여) 씨는 사내 커플. 남 모르게 쉬쉬하며 연애한 지 2년째로 올 가을 드디어 결혼할 예정이다.

신랑이 분당에 있는 24평형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해 신부의 부담이 한결 덜하다. 그녀는 5백만원의 예산으로 국산 혼수를 마련하려고 아현동 가구거리를 찾았다.

그녀가 고른 장롱은 1백57만원짜리. 화장대 겸 3단 서랍장은 덤으로 받았다. 장롱과 세트로 맞춘 퀸 사이즈 침대는 48만원짜리를 골랐다. 튼튼한 원목을 사용한 제품이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식탁은 29만원, 거실장은 28만원짜리로 결정했다. 거실에 놓을 장식장은 2개에 68만원을 줬다. 나무 다리가 달린 회색 가죽 소파와 편안해 보이는 갈색 가죽 소파를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1백62만원짜리 갈색으로 결정, 총 4백92만원에 혼수가구를 샀다.

◇ B커플 (사당동 가구거리.예산 2백만원)

용산전자상가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朴모 (26) 씨는 적금을 부어 구로동에 20평짜리 연립주택을 마련했다. 예비신부 金모 (25.여) 씨가 그의 손을 잡고 찾은 곳은 사당동 가구거리. 2백만원의 예산으로 거실 소파까지 모두 장만할 욕심에서다.

국내 중소업체 제품인 9자짜리 장롱을 54만원에 샀다. 화장대는 거울을 포함해 16만원, 더블사이즈 침대에는 24만원이 들었다. 매트리스는 오래 쓸 수 있도록 양면으로 쓰는 제품으로 골랐다.

4인용 식탁 (의자 포함) 을 살 때는 전화 받침대를 덤으로 받고 32만원을 줬다. 거실장과 장식장은 총 52만원, 황토색 인조가죽 소파는 43만원이 들었다.

총 비용으로 2백23만원이 나왔지만 신부가 주인과 '협상' 끝에 3만원을 더 깎아 2백30만원만 냈다.

◇ C커플 (논현동 가구거리.예산 1천만원)

변호사 金모 (32) 씨와 특급호텔 홍보실에서 4년간 근무한 李모 (28.여) 씨 커플. 강남의 32평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논현동에서 수입가구로 혼수를 장만키로 했다. 신부의 어머니가 가구는 고급제품을 사야 오래 쓴다고 적극 권장했기 때문이다.

예산은 1천만원. 수입가구 매장에서 할인해서 파는 이탈리아제 장롱 세트를 5백50만원에 샀다. 킹사이즈 침대와 3단짜리 화장대를 포함한 가격이다.

체리 색 장롱의 고급스럽고 은은한 색상이 예비신부의 마음에 들었다. 또 고급스러운 붉은색 가죽소파 세트를 2백60만원에 구입했다. 이들 커플의 혼수 구입 금액은 총 1천1백만원. 예산을 1백여만원 초과했지만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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