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높이, 강렬한 색깔을 신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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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04면

1 에밀리오 푸치 사의 신제품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 알록달록한 색상의 샌들, 오버 사이즈의 여행용 가방, 입술 형태의 핸드백, 헬로 키티 그림이 가득한 분홍 가방, 타월로 만든 비치 백, 악어 가죽 신발…. 시장에나 들고, 혹은 신고 갈 만한 평범한 플라스틱 제품부터 웬만한 백화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죽 제품들까지. 바로 밀라노 국제피혁제품박람회(MIPEL), 구두박람회(MICAM) S/S 2010의 주인공들이다.

김성희의 유럽문화통신: 밀라노 구두·가방박람회(MICAM, MIPEL)를 가다

지난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마시밀리아노 푹사스(Massimiliano Fuksas)가 설계한 피에라 밀라노 로(Fiera Milano Rho)에서 MIPEL이 열렸다. 1962년 탄생해 매년 두 차례 열리는 MIPEL은 올 9월로 96회를 맞았다. 최신 유행의 가방, 여행가방, 지갑, 기타 가죽제품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피혁 제품 전시회로 불린다. 28회를 맞이한 구두 박람회 MICAM 또한 7만㎡가 훨씬 넘는 전시 공간에 세계 각국에서 출시된 남성,여성,아동용 신발과 스포츠화들을 전시해 놓았다.

2 잔니 파비아니 사의 신제품3 이탈리아 발디니니 사의 신제품4 타체티 사의 신제품5 MDF사의 신제품6 이탈리아 카사데이 사의 신제품7 마리나 파비아니 사의 신제품

이 두 박람회는 매년 3월과 9월 각각 F/W, S/S신상품 컬렉션을 선보인다. 다른 전시회와 달리 고정 바이어나 선약이 이루어진 소매업자들, 혹은 소매점 명함이 있는 사람들만 주로 입장할 수 있어 구입을 하지 않는 일반 참가자들이나 디자이너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전시회이기도 하다.

박람회 기간 중 두 주최 측은 국내외 바이어 중 우수 바이어를 선정해 수상하는 ‘MIPEL, MICAM 어워드’를 실시한다. 이 상은 전시에 참여하는 회사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최고의 바이어에게 주어지는데 2007년에는 금강제화가 이탈리아 기업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인정받아 MIPEL 어워드 수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8 영국 Lulu Guinness의 Crystallized 아이코닉 립스 클러치 백9 영국 Shana London의 다이아몬드 백-에머랄드

MIPEL 측은 내년 봄,여름의 가방 유행 스타일을 규모 면에서 커진 크기(특히 남성용 가방), 그리고 고무, 플라스틱, 타월, 실리콘 등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와 가죽의 공용으로 보고 있다. 컬러는 땅,물,숲 등 자연을 대표하는 색상인 회색, 아이보리, 파피루스색, 블루와 그린 계통의 색상, 그리고 흰색, 검정, 빨강, 녹색 등의 단색조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MICAM은 여성용 신발의 트렌드를 크게 네 종류로 나눠 예상했다. 해변가에서나 신던 샌들의 도시화, 자연의 형태와 색상을 주제로 해 제작된 매우 높은 하이힐 슈즈와 단화, 꽃무늬 프린트가 된 따뜻한 색상의 3~5㎝ 굽의 구두, 그리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 이국적 소재를 사용한 강렬한 색상의 단화와 샌들이 유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성용 신발은 다른 종류의 가죽으로 패치워크된 디자인과 걷기 편하도록 제작된 얇은 밑창의 클래식한 도시형 구두, 자연에 근접하며 곡선적 형태로 신소재를 사용해 제작된 편안한 신발, 그리고 기능적이며 디자인이 가미된 스포츠형 군화에 금속 광택 표면 처리 등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털 제조업체인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라이즈드(Crystallized)’라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트를 통해 패션계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MIPEL 전시장 입구에 독자적인 상설 전시장을 마련하고 자사의 크리스털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한 회사들을 적극 소개, 홍보했다. 파티용 핸드백에서 장갑, 다이어리, 선글라스, 심지어 우산까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신세대 젊은이들은 옷은 가격에 상관없이 충동구매를 하더라도 구두와 가방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고려해 고가의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만큼 구두와 가방이 그들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액세서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방과 구두는 의상과 매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비싼 명품을 들어도 신발과 의상과 매치되지 않는다면 불협화음의 연주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0년 F/W MICAM·MIPEL 박람회는 3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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