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MB·하토야마 183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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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동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김치를 담가보고 있다. [조문규 기자]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9일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함께 보낸 183분이 그랬다. 두 정상 간 세 번째 만남이었지만 내내 분위기가 밝았다. 두 정상이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신뢰를 형성하게 돼 기쁘다”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본관에서 하토야마 총리와 부인 미유키 여사를 맞은 건 오전 11시7분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방명록에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友愛)’를 썼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에게 목련 칠보 액자를 선물했다. 목련의 꽃말이 ‘우애와 숭고한 정신’이란 걸 감안했다고 한다.

한류 팬인 미유키 여사는 붉은 장미와 파란 장미로 만든 태극 모양의 꽃다발을 김 여사에게 건넸고, 김 여사는 일본어로 된 한식 요리책 등을 선사했다. 김 여사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을 위해 한글이 새겨진 커피잔 세트도 선물했다.

뒤이어 두 정상은 35분간의 단독 정상회담, 20분간의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가 첫 공식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걸 거론하며 “새로운 차원의 양국 관계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낮 12시45분부터 1시간30분간 두 정상 내외는 오찬을 함께했다. 예정 시간을 30여 분이나 넘겼을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미유키 여사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배주는 자색 고구마 막걸리였다. 하토야마 총리 내외가 “막걸리로 계속 하겠다”고 해 청와대 측이 와인을 냈다가 물리는 일도 있었다. 이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며칠 전 이승엽 선수를 만났는데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더라”며 이 선수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전달했다.

◆“한국말은 어감이 좋다”=김 여사가 “9월 21일 한·일 축제 한마당에서 한국말로 인사해 감동적이었다. 감사드린다”고 하자 미유키 여사는 “한국말은 듣기도 좋고 말할 때 어감도 좋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사이 두 사람은 서울 와룡동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방문해 함께 김치를 담그는 체험을 했다. 미유키 여사는 절인 배추와 멸치액젓을 직접 맛보았다. 맨손으로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김 여사가 절인 배추에 소를 싸서 자신의 입에 넣어주자 “밥도 주세요”라고 말해 주위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미유키 여사는 한국말로 여러 차례 “맛있어요”라고 감탄했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직전 30여 분간 서울 인사동을 둘러보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인사동 방문은 처음”이라며 “최고다”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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