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서해 바다 위를 자전거로 달린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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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여성 산악용 자전거 동호회인 ‘미금 여성회’ 회원 20명이 18일 열리는 인천대교 자전거 퍼레이드를 앞두고 8일 한강공원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인천대교를 자전거로 달리는 딱 한 번의 기회-. 중앙일보가 마련한 ‘인천대교 개통 기념 자전거 퍼레이드’에 ‘두 바퀴족(族)’의 관심이 뜨겁다. 5일 인터넷(www.greenbikeexpo.co.kr)으로 접수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정원 5000명의 신청이 마감됐다. 주최 측은 참가비를 완납하지 않은 신청자가 있어 일부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인천시·인천세계도시축전조직위·YTN이 공동 주최한다.

산악용 자전거를 즐기는 ‘주부 특공대’, 65세 이상의 ‘노익장 부대’, 관광버스에 자전거 35대를 싣고 오는 ‘창원 원정대’…. 18일 열리는 인천대교 자전거 퍼레이드엔 나이와 성별·지역의 구분이 따로 없다. 이들은 “평생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참여했다.

10일 인천대교에서 사전 답사를 하고 있는 이소희씨. [정기환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여성 산악용 자전거(MTB) 동호회인 ‘미금 여성회’ 회원 30명은 ‘주부 특공대’를 자처한다. 남자들도 어렵다는 산악용 자전거를 5년 이상씩 탄 베테랑들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분당에서 잠실 올림픽공원까지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일년에 한 번씩은 제주도로 산악 자전거 투어를 갈 정도로 열성적이다. 미금 여성회장인 최연자(53)씨는 자전거의 매력을 “새로운 풍경 속을 온 몸으로 가르는 즐거움”이라고 평가한다. 걷거나 차로 달리는 도로가 아니라 자전거로만 달릴 수 있는 산악지대를 누비면 전연 새로운 풍경과 감동이 밀려온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해무 속 둥둥 뜬 인천대교를 자전거로 달리면 꿈 속을 달리는 기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78회 동창생들의 자전거 동호회인 ‘78 바이커스’는 노익장을 자랑한다. 1963년에 졸업한 이들이 자전거 동호회를 결성한 건 무릎 관절이 마비된 경용현(65)씨 때문이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무릎이 낫게 된 경씨는 동창들에게 자전거 타기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여기에 설득당한 동창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난 5월 동호회를 결성했다. 부인들도 가세해 현재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장 박영웅(65)씨는 “나이가 들면 건강과 가족이 최우선인데 자전거는 이 둘을 모두 지키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먼 곳에서 인천대교를 찾는 이들도 있다. 창원오엠바이크 회원 35명은 18일 오전 1시에 관광버스를 타고 경남 창원시에서 출발해 자전거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장거리 원정인 만큼 오엠바이크 회원들은 자체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결정했다. 평소 오프라인에서 자전거를 꾸준히 타 인터넷 카페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한 사람들에게만 참여 기회를 줬다. 동호회장 성성효(53·유통업)씨는 “인천대교를 자전거로 건너는 건 평생에 한 번뿐이지 않느냐”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다. 이명선(61·회사원)씨는 두 아들 상훈(35)·철훈(33)씨와 함께 자전거 퍼레이드에 나온다. 이씨는 7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위의 일부를 제거한 후 꾸준히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3년 전부터는 한 달에 두 번 아들 둘과 함께 강원도 설악산 등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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