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양명문 '송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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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되도록이면 -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가지며,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되도록이면 -

바위이기를,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

웃는 바위, 헤엄치며 웃는 바위,

그 바위등에 엎드려, 목을 뽑아올리고

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 거북의 사색이기를,

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

푸른 물결이기를,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사는 산호이기를,

진주 알을 배고 뒹구는 조개이기를.

- 양명문 (楊明文.1913~85) '송가' 중 올백 머리였다.

바바리코트였다.

늘 앞장서서 시인이기를 열망했다.

그의 솜씨는 직정에 호소할 때 나타난다.

말할 것이 많고 서술할 것이 지나쳐야 했다.

사변 전 평양에 살 때는 수상 찬가를 했고 월남해서 이승만 찬가를 썼다.

시인이면서 생활의지도 강인했다.

시 '송가' 는 1959년에 발표된 것이다.

범신론적인 묘미가 엿보인다.

그의 과장된 서술이 조절된 것이다.

만나면 꼭 국회의원 후보자처럼 힘찬 악수였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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