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日축구감독 '럭비공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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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트루시에 감독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 7일 저녁 한국과 평가전을 벌이게 되는 일본 올림픽대표팀 트루시에 감독에 대한 일본 언론의 불평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올림픽팀이 소집된 이후 트루시에 감독은 수차례 훈련장소와 시간을 바꾸며 철저한 비공개 훈련을 고집하다 언론의 압력에 밀려 슬그머니 물러서기도 했다.

도쿄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요코하마에 캠프를 차린 그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없다" 고 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럭비공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곳 언론들은 이같은 트루시에 감독의 언행은 한국전을 앞둔 불안감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했던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참패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그가 이번 한.일전에서마저 패한다면 사퇴 압력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 바꿔야 한다" 는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월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준우승했을 때만 해도 '일본축구의 영웅' 칭호를 받던 그였다.

그러나 97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벼랑끝에 몰린 팀을 기사회생시켜 본선에 올려놓고도 본선에서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퇴진을 강요당한 오카다 전 감독처럼 그도 어느 순간 '팽 (烹)' 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도쿄 =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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