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법 없는 무궁화3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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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첨단 대형위성 무궁화3호가 발사돼 지상관제소와 첫 교신에 성공했다.

무궁화3호는 24개의 통신용 중계기와 6개의 고출력 방송용 중계기에 3개의 통신용 중계기를 추가 탑재하고 있다.

통신용 중계기로는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방송중계기로는 48개 채널의 디지털방송과 1백60여개의 위송방송 채널을 공급할 수 있다.

사업비 2억1천6백만달러가 든 우리 항공우주기술의 획기적 발전이다.

그러나 이런 획기적 첨단 통신위성을 쏘아올려 놓고도 우리는 위성방송관련 법이 없어 무려 5년째 위성은 있어도 위성방송은 없는 기막힌 실정에 놓여 있다.

무궁화1호가 발사된 게 95년이다.

1, 2호 합쳐 3천4백억원을 투자했다.

그때부터 위성방송법이 논의됐지만 지금도 방송법은 여야간 쟁점사항일 뿐이다.

무궁화1호는 내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법이 없어 정상적 운용 한번 제대로 못한 채 공중에서 헛바퀴만 돌다 폐기될 운명이다.

투자비용도 날아갔고 1천억원 이상의 기회비용도 방송법이 없어 사라졌다.

참여기회를 노렸던 국내외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이젠 지쳐 모두 포기해버린 상태다.

이런 형편에 3호 위성이 또 올라간 것이다.

지금 한반도 상공엔 5백여 외국 위성전파가 흘러다니고 있다.

지름 1.5m짜리 안테나만 세우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여기에 9월부터 북한마저 위성방송을 시작했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돼 본격 채비를 서둘러도 최소 1년반의 시간이 걸린다.

위축된 기업분위기와 사업성이 불투명한 위성방송사업에 누가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진입규제는 높다.

서둘러 방송법을 통과시켜 사업성을 홍보하고 외자유치를 해야 할 터인 데도 정부나 국회 어디도 이런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다 차려놓은 잔칫상에 주인이 없어 먹어보지도 못한 채 음식을 버려야 할 형편이다.

더 이상 무궁화 1, 2호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3호위성 발사를 계기로 이번 정기국회에선 방송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간 쟁점이라 해야 별게 아니다.

5년간 논쟁했으니 문제점이 뭐고 해결점이 어디 있는지 여야가 다 알고 있다.남은 문제는 방송위원 자리를 어떻게 추천.배분하느냐다.

방송은 최첨단을 향해 가는데 논의는 아직도 정치적 후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논쟁만 일삼으니 정부에선 다시 방송정책권 유지를 요구하고 나서고 KBS의 경영위원회 안이 새롭게 제기된다.

야당 지분을 조금 높이고 여당 지분을 조금 줄이면 쉽게 해결될 사안이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오죽 답답하면 위성방송법만이라도 분리,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오겠는가.

국가정보화를 위한 백년대계를 정쟁으로 허송해선 안된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정기국회에선 꼭 방송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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