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김희로씨 데려오겠다' 중소기업가의 숨은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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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5년 박삼중 (朴三中) 스님이 일본에서 김희로 (金禧老.71.본명 權禧老) 씨의 모친을 뵙고 '꼭 아들을 데려오겠다' 고 말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왠지 그 약속을 꼭 지켜야만 할 것 같아 동분서주했어요. "

오는 7일 31년 동안 수감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는 김희로씨의 석방에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부부의 숨겨진 노력도 한몫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완구제조업체 ㈜대경골드 사장 장경도 (蔣慶道.44) 씨와 부인 강현숙 (姜賢淑.38) 씨. 蔣씨 부부는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며 삼중스님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金씨의 석방운동에 나서게 됐다.

95년 가을 사업차 도쿄에 들렀던 蔣씨는 당시 일본을 방문, 金씨 석방을 위해 노력 중이던 삼중스님과 함께 金씨의 어머니 박득숙 (朴得淑.작고) 씨를 찾아간 뒤로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이후 이들은 삼중스님이 金씨를 면회하기 위해 일본에 갈 때면 어김없이 동행하며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삼중스님과 함께 가케가와 (掛川) 장복사에 모셔져 있는 金씨 어머니의 유골을 귀국을 위해 도쿄로 옮겼다.

특히 일본에 유학, 와세다대 철학과를 졸업한 부인 姜씨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삼중스님의 통역을 도맡았고 일본 정부 등으로 보내는 탄원서.편지 등을 번역했다.

처음엔 낯선 한국인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던 일본 내 金씨의 가족들도 편지와 전화로 꾸준히 안부를 물어주는 蔣씨 내외에게 결국 마음의 벽을 허물었고 이제는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가 됐다.

蔣씨 부부는 특히 金씨가 68년 인질극을 벌였던 여관을 찾아 주인 아주머니와 친분을 쌓았다.

그 결과 金씨가 사건 당시 여관에 맡겨뒀던 손목시계를 돌려받기도 했다.

蔣씨는 "金씨가 귀국해 평안한 삶을 살기 바란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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