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공무원 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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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내년부터 공무원연금기금에 법정부담금 외에 추가로 재정을 지원키로 한 것은 잘못된 연금운영 체계에 따라 일찌감치 예정됐던 일이다.

공무원연금기금은 처음부터 순수한 연금이라기보다 보상 성격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조금 내고 많이 받아가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기금고갈로 법정부담금 외에 추가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찌감치 예견된 문제였다.

기금의 수지차 역전은 지난 98년 (수입 2조3천억원, 지출 3조7천억원) 부터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명퇴 러시가 벌어짐에 따라 연금 수급자는 지난 97년 7만2천여명에서 올 8월 현재 11만3천9백여명으로 2년 만에 58% (4만1천명)가 늘어났다.

거꾸로 연금을 부담하는 현직 공무원은 5만2천명 정도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02년으로 예상됐던 기금고갈시기가 더욱 앞당겨졌다.

공무원연금의 이런 문제점은 지난 60년 공무원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잘못된 체계를 30여년간 한번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급 불균형이 현실화하면서 그 뇌관이 폭발했을 뿐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연금 수혜폭을 줄이고 부담액을 높이는 등 구조적인 대책을 진작에 마련했어야 하는데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못해온 것이 사실" 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연금처럼 생애 평균 월소득이 연금지급의 기준이 되는 게 합리적이지만 공직자 연금은 최종월급이 기준이 되면서 연금지급액을 부풀리고 있다.

연금지급 개시연령이 없는 것도 문제다.

60세 이상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존 가입자의 경우 20년만 근무하면 연금을 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40대부터 공무원을 그만두고 연금을 받으면서 다른 곳에 취업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연금 수급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 중인 한국개발연구원 (KDI) 의 문형표 (文亨杓) 연구위원은 "연금의 지급연령을 제한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 며 "지급개시 연령이 60세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의 지급연령은 제한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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