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늦여름 줄잇는 '별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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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잔치가 잇따라 펼쳐지며 늦여름 바둑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도요타 덴소배 세계대회는 27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9월 1일에는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는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이 대망의 본선대결을 시작한다. 9월 6일부터는 응씨배(應氏盃) 세계바둑선수권전 준결승전이 열린다. 3개 대회 모두 한국 대 중국의 전면승부. 우승상금만 해도 도요타 덴소배가 부상까지 3500만엔(약 3억5000만원)이고 삼성화재배가 2억원, 잉씨배가 40만달러(약 4억7000만원)로 총 10억원을 웃돈다. 이 바람에 한국과 중국은 최정예가 총동원돼 바둑전쟁을 펼치는 상황이고 양국의 국내 스케줄은 거의 올스톱된 상태다.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9월 1~3일 대전

한국 16명에 중국 13명. 양국의 주력이 모조리 나섰다. 한국의 전력이 약간 앞서는 가운데 이 대회에서 세번이나 우승한 이창호9단은 여전히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각국의 프로기사들이 함께 치른 예선전을 통해 선발된 신인들이 강력한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어 우승의 향방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예선전에선 한국 9명, 중국 7명이 본선티켓을 얻었고 대규모 부대를 보낸 일본과 대만은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엔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참가권을 얻은 조치훈9단(일본)이 결승에서 박영훈9단을 2대 1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미 한물 간 것으로 알려진 조치훈9단이 신진강자들을 연파하며 우승을 거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올해는 누가 이변의 주인공일까. 삼성화재배는 첫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 우승한 이래 계속 한국이 독주해 오다 지난해 다시 일본으로 컵이 넘어갔다. 중국은 불운이 겹치며 단 한번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다. 3회 대회 결승 때 당시 절정의 실력을 자랑하던 마샤오춘(馬曉春)9단이 이창호9단에게 도저히 질 수 없는 바둑을 역전당했고 6회 때는 창하오(常昊)9단이 거의 손 안에 들어온 우승컵을 조훈현9단에게 헌납했다. 7회 때는 중국 3명, 한국 1명이 준결승에 올라 중국 우승이 유력해 보였으나 이창호9단이 차례로 승리하며 다시 한번 중국에 좌절을 안겨줬다. 절치부심해온 중국이 이번 대회에선 구리(古力)7단과 쿵제(孔杰)7단 등 중국랭킹 1, 2위는 물론 대룡(大龍).중룡(中龍)이라 불리는 녜웨이핑(衛平)9단과 마샤오춘까지 나서 공한증(恐韓症)으로 시름에 빠진 중국 바둑을 구하려 하고 있다.

◆ 한국 16명=이창호9단, 조훈현9단, 유창혁9단, 이세돌9단, 박영훈9단, 최철한8단, 송태곤7단 등 7명은 시드를 받았고 최규병9단, 윤성현9단, 목진석8단, 조한승7단, 안달훈6단, 김광식4단, 윤혁4단, 홍민표4단, 이영구3단 등 9명은 예선을 통과했다.

◆ 중국 13명=마샤오춘9단, 왕레이(王磊)8단, 왕이후이(王煜輝)7단, 후야오위(胡耀宇)7단, 셰허(謝赫)7단 등 5명은 시드, 저우허양(周鶴洋)9단, 차오다위안(曹大元)9단, 뤄시허(羅洗河)9단, 구리7단, 쿵제7단, 왕시(王檄)5단, 양이(楊一)5단 등 7명은 예선 통과, 녜웨이핑9단은 와일드카드.

◆ 일본 3명=전년도 우승자 조치훈9단과 기성 하네 나오키(羽根直樹)9단,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9단 등 단 3명만이 출전권을 얻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응씨배 준결승전 9월 6~10일 중국 구이양

한국의 최철한8단과 중국의 펑취안(彭)6단, 한국의 송태곤7단과 중국의 창하오9단이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일본은 전멸하고 한국과 중국이 2대2로 팽팽히 맞선 상태다.

응씨배는 1회 대회 때 조훈현9단이 우승하며 변방의 한국바둑이 세계의 강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돼 한국에는 더욱 감회가 깊은 대회다. 또 16년간 치러진 네번의 대회에서 조훈현9단-서봉수9단-유창혁9단-이창호9단 등 한국의 4천왕이 차례로 우승한 한국의 독무대이자 한국기사가 나이 순으로 우승해온 독특한 대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우승경험이 있는 4천왕은 모두 탈락했다. 특히 이창호9단은 8강전에서 같은 한국기사인 최철한8단에게 져 '응씨배 징크스'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한국과 중국이 2대 2로 맞붙은 준결승전을 앞두고 중국의 창하오9단은 "이창호가 탈락한 것은 중국의 행운이다. 그러나 설욕의 기회가 사라진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최철한은 19세, 송태곤은 18세. 응씨배의 순번대로라면 이번 우승은 최철한 차례인데 과연 그 징크스가 맞을지 두고 볼 일이다.

도요타 덴소배 준결승전 27일 도쿄

무관의 이세돌9단이 파죽의 기세로 준결승에 올라 올해 첫 우승컵을 노리고 있다.

국내 3관왕인 2004년의 샛별 최철한8단도 응씨배에 이어 또 한번 세계대회 4강에 진입하며 세계 제패를 향한 야심찬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 32강이 모여 지난 21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시작된 이 대회에서 이세돌9단은 저우쥔쉰(周俊勳.대만)9단, 위빈(兪斌.중국)9단, 저우허양(중국)9단을 연파하고 준결승에 올라 유창혁9단과 이창호9단을 연속 꺾고 올라온 중국랭킹 2위 쿵제7단과 맞선다.

최철한8단은 일본기사인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9단과 사카이 히데유키(坂井秀至)6단에 이어 8강전에서 일본 최후의 주자 유키 사토시(結城聰)9단마저 탈락시키며 현지의 미움(?)을 톡톡히 샀다. 준결승에선 중국의 창하오9단과 격돌한다. 결국 도요타 덴소배도 응씨배와 똑같이 한국과 중국이 2대2로 맞서며 한.중 바둑전쟁의 전선을 넓혀간 셈이다.

준결승전은 2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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