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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터넷업계 '인재 내려받기'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인터넷 업계에 '스카우트 열풍' 이 불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계열사든 경쟁사든,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인재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수 인재는 인맥을 총동원하거나 연봉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백지수표' 를 제시할 정도로 스카우트 열기가 뜨겁다.

올들어 인터넷 붐을 타고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인력수요가 급증한 데 반해 기술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 는 턱없이 모자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인터넷 사업은 우수 인재가 성공의 비결이라 업체들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선 업체들 = 최근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닉스는 채용광고를 내면서 연봉을 '백지수표' 로 제시해 화제가 됐다.

회사측은 입사 예정자 20여명과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속대로 백지수표를 줘 사업단장 등 일부 인사에게는 수억원을 주기로 했다.

김효근 (金孝根.36) 사장은 "지난 4월부터 인터넷 사업을 준비했으나 사람이 없어 한 동안 진전되지 않았는데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한 뒤에야 마음에 드는 인재들을 스카우트할 수 있었다" 고 소개했다.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야후!코리아' 의 임원을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물론 고액의 연봉과 많은 스톡옵션이 뒤따랐다.

삼성물산도 최근 5개 신규 인터넷 사업팀을 만들면서 전문가 45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영업 전문가가, 경쟁사인 G사에서는 인터넷 콘텐츠 개발자가 이 회사에 합류했다.

이밖에도 현대정보기술이 삼성전자 네트워크 담당 임원을 각각 영입하는 등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로 바뀌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 인력 유출로 사업 차질 =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L사의 李모 (37) 사장은 이 달에만 직원 3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경쟁업체인 S사가 이들을 스카우트해가 그 공백으로 주요 업무가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李사장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동창생들을 찾는가 하면, 인맥을 총동원해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데이콤도 요즘 인터넷 관련 전문인력의 잇따른 유출로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 사업을 주도했던 김일환 (金日煥.46) 이사가 최근 한국통신하이텔 사장으로 전격 옮긴 데다 일부 직원들의 이탈이 뒤따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조직이 쑥대밭이 됐다.

이밖에 최근 매각설이 나온 N사 등 기존 인터넷 업체 대부분이 최근 경쟁사로부터 2중, 3중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는 주요 임직원들을 챙기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 스카우트 열풍 왜 생기나 = 인터넷 사업은 최소한 웹디자이너.콘텐츠 개발자.시스템 개발자.웹진 운영자.홍보 담당자 등 전문인력이 5명은 필요하다.

특히 올해에만 인터넷 전용 컴퓨터의 수가 9만대 가까이 늘었다. 이는 온라인 서비스를 포함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서비스업체뿐 아니라 일반 기업까지도 인터넷 전문인력 구하기에 난리다.

그러나 불황 속에서 업계의 자체 인력양성 노력은 미흡했고, 기존 인력마저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수는 3만7천8백명. 지난 97년 말 4만1천여명에 비해 오히려 9%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업체들이 요즘 전문가라고 모시는 사람은 경쟁사나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인력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뺏고 뺏기는 '스카우트 악순환' 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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