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독일 분데스방크 전직.신임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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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인플레 파이터' 의 시대가 끝났다. " 지난달31일 독일 연방은행 (분데스방크) 총재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한스 티트마이어 (68) 를 두고 영국의 BBC 등 유럽 언론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강력한 인플레 억제 정책을 기조로 한 긴축정책을 구사하며 유로화의 출범을 진두지휘한 그를 두고 독일에서는 "헬무트 콜은 독일을 지배하고 한스 티트마이어는 유럽을 지배한다" 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콜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그는 연방정부의 경제부와 재무부 장관 등을 거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는 또 유럽이 단일통화를 채택해야만 각국간의 경제협력 증진을 통해 미국 경제를 앞설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유로화 출범을 강력 추진해온 주역이다.

시장경제에 사회보장을 혼합한 '사회적 시장주의' 를 독일에 뿌리내린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게하르트 슈뢰더 신임 총리의 거듭된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선 "경제성장에 위험징후가 없는데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따라서 내릴 필요가 없다" 며 소신있게 대처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한편 1일 취임하는 후임 에른스트 벨테케 (57) 총재는 티트마이어와 마찬가지로 개혁주의적 온건좌파인 사회민주당에 몸담았던 정치인에서 경제인으로 탈바꿈했다.

성향도 비슷하다. 실제 벨테케는 "티트마이어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고수하겠다" 고 전제하면서 "물가안정과 실업률을 낮추는데 주력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장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없다" 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쳐 전임자보다는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벨테케는 또 유로화 출범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분데스방크의 개혁을 강조했다. 2002년부터 유럽중앙은행 (ECB) 이 각국 중앙은행의 중요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조직축소.관료주의 타파 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현기.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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