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체 생산성·생명력 묘사-조각가 김일용씨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실제 여성의 나체에 석고를 부어 조각을 떠낸다? 작업을 위해 20, 30대 여성들을 수도 없이 만나 모델이 돼달라고 설득했다는 뒷얘기까지 더하면 '외설스럽다' 는 혐의까지 살 만하다.

9월 1~14일 공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조각가 김일용 (40) 씨는 실제로 그렇게 작업한다. 그는 "내게 없는 부분을 갖고 있는 대상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나의 작가적 의무" 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없는 부분' 이란 부드러움.포용력과 같은 여성성 (性) .이것은 특정 부위를 비현실적으로 강조하거나 아니면 패션모델처럼 깡마르기를 요구하는 이 시대의 강요된 여성성과 차이를 보인다.

축 처진 가슴과 층층이 접힌 뱃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 속 여성을 보면 '선정적이지 않나' 하는 선입견을 거둘 만 하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있다는 사실, 즉 여성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 소리높여 페미니즘을 외칠 일도 줄어들 것" 이라는 설명에서 작품을 통해 여성이 원초적으로 지닌 생산성과 생명력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몸' 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가 택한 기법은 라이프 캐스팅 (life casting) .데드 마스크 (dead mask)가 죽은 사람의 얼굴을 떠내는 것이라면 라이프 캐스팅은 살아있는 몸을 이용해 틀을 떠내는 방법이다.

"재료를 놓고 가공하는 보통 조각보다 좀더 실감나게 '몸' 을 묘사하는 방법입니다. 석고틀의 외형이나 안쪽에 남겨진 흔적 모두 살아있는 몸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

모델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석고틀이 비뚤어지기 때문에 작업이 이뤄지는 2~3시간 동안 미동조차 허락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석고틀을 뜯어내 어떻게 이어붙이냐 하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이 탄생한다. 2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는데, 5~6점씩 번갈아가며 전시된다. 김씨는 홍익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