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들의 페미니즘 미술-'99여성미술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90년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9월4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99 여성미술제 - 팥쥐들의 행진' 을 방문해보자.

1부 역사전은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라는 두 가지 큰 갈래를 중심으로 60년대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작가들이 소개된다.

'21세기 팥쥐' 라는 제목이 붙은 2부 주제전은 여성의 감수성.성 정체성 등을 작품 속에 치열하게 형상화해온 작가들 위주로 펼쳐진다.

이렇게 70여명의 현역 여성 작가들이 망라된 전시가 기획된 것은 드문 일이다.

주인공 콩쥐가 아닌 팥쥐를 전시 제목으로 택한 데서부터 이 전시의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기획위원장을 맡은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항상 착하고 순종적인 콩쥐는 페미니즘 시각에서 보면 가부장적 체제에 순응적인 인물이다.

반면 팥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적 캐릭터다. 여기 소개된 작가들은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의 시각에서 한국 현실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려 했다는 의미에서 팥쥐라는 은유를 사용한 것" 이라고 말했다.

참여작가는 김수자. 황혜선. 김명숙. 박혜련. 배형경. 송현숙. 이불. 이윰. 윤석남. 홍미선 등. 60년대 이전의 여성 미술, 즉 조선시대와 근대의 경우는 전시 도록에 지상전 (紙上展) 형태로 정리된다.

이 전시는 페미니즘 비평을 주로 해 온 김홍희씨를 비롯해 오혜주.백지숙.임정희.김선희씨 등이 큐레이터를 맡았다. 올초 문예진흥원 우수기획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9월27일까지.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