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2與 합당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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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 중앙위원회가 열리면 국민회의의 신당 창당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와 함께 꺼지는 듯했던 '국민회의.자민련의 합당론' 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전의 합당론은 동교동계 등 국민회의 당직자들이 주로 제기했다.

반면 이번에 다시 등장한 합당론은 신당내 역할이 주목되는 차세대 주자들이 적극 주문하고 있다.

이인제 (李仁濟) 당무위원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혼자 만나고 온 뒤 '여권 위기상황론' 과 '합당 불가피론' 을 적극 꺼내고 있다.

그는 "옷로비.파업유도 의혹 등 잇따른 악재로 여권이 고전하고 있다" 며 "지금의 2여1야 구도로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고 강조한다.

李당무위원은 최근 천용택 (千容宅) 국가정보원장, 김옥두 (金玉斗) 총재비서실장, 신당 합류가 유력시되는 한완상 (韓完相) 전 부총리 등과도 만나 이같은 자신의 판단과 구상을 개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의 발언 속에 金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공동정권의 총선승리와 호남.충청.수도권을 기반으로 李위원이 차기 대선 도전을 모색하겠다는 의도" 로도 해석한다.

그가 충청 (논산) 출생인 점에 비춰 JP의 자민련이 신당에 합류하면 충청권의 '차세대 입지' 확보가 용이할 것이라는 기대도 그의 주변에서 나온다.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는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2여합당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金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났다.

李부총재는 29일 "호남.충청에선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쪽으로 후보를 몰아갈 수 있지만 수도권에서 연합공천은 당사자들의 반발로 성사가 어렵다" 고 지적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연합공천 비율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도 복잡하며, 억지로 합의한다 해도 후보들의 득표력,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등 총선전략에도 '산 넘어 산' 이라는 얘기다.

李부총재측은 "먼저 합당 제의를 해선 안되며 자민련내 당내분이 진정되기를 기다려 자발적 합류를 유도해야 한다" 는 방법론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李.李 두 진영은 경쟁력 측면에서 합당론을 제기한다.

개혁을 내세우는 재야.운동권의 선거 상품성과 경쟁력은 "전례로 미뤄 수준미달일 것" 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 진영의 핵심 관계자는 "자민련 55명의 금배지 합류보다 파괴력있는 카드는 있을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신당에서의 '기득권 포기' 를 선언한 국민회의는 때맞춰 창당시기도 1월 이후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자민련 내부의 입장정리와 설득용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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