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12. 이태원-모조품의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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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태원에 널려 있는 이탈리아의 구찌.프라다.페라가모, 프랑스의 샤넬.루이비통. 세계적인 '여성 핸드백 빅5' 업체들의 모조상품 (模造商品) 은 어김없이 이태원에도 있다. 이들 제품은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거의 힘 들다.

일반 서민들은 한 개에 1백만~2백만원 하는 이들 진품을 산 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일. 그렇지만 간혹 불법 유통업자들이 해외의 유명 상표 진품이라며 30만~50만원에 값싸게 파는 사람이 많아 현혹되기 일쑤다. 즉,가짜 상품을 진품이라고 속인 후 정상가격보다 절반 값에 싸게 판다며 바가지를 씌우는 것. 따라서 해외 유명상품과 모조품의 정확한 유통가격을 알아 두는 것도 구매 판단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해외 유명상표의 모조품은 '3 박자' 가 맞아 탄생하게 마련이다. 가방의 경우 패션 감각이 있는 디자이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 돈을 대주는 자본가가 반드시 있어야 가짜.유사상품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디자이너는 자본가의 지시로 국내의 면세점 등을 돌아다니며 진짜 물건을 구입해 요리조리 뜯어보며 분석한다. 그는 이어 해외 패션잡지 등을 참고해 모조품을 구상한 뒤 기술자와 함께 제품생산에 들어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 디자인을 모방해 하루 밤사이 50~1백 개씩 뚝딱 만들어 낸다.

이렇다 보니 시간만 있다면 진품처럼 잘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소 조잡하게 모조품이 만들어지는 것. 따라서 잔손이 많이 가는 장식이나 바느질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나 이를 잘 살펴보면 일반인도 진품과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귀띔이다.

모조품은 전문 판매책이 점조직 형태로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은 후 바로 다음날 현찰을 챙긴 뒤 물건을 건네준다. 핸드폰으로 서로 주문 받고 공급해 주는 방식은 이미 옛날 얘기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태원의 가짜 상품은 모두 불법 상품으로 하루에도 서너 번 씩 관계 당국의 단속이 나온다. 상인들은 '과잉단속으로 장사를 못할 지경' 이라는 불평이다.

그러나 이태원이 '모조품의 공급 기지' 라는 오명이 뒤따르는 한 국제적인 분쟁 소지가 있어 지속적인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태원의 한 상인은 "가죽.가방제품의 경우 이곳의 생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유명 상표가 없어 설움을 당하고 있다" 며 "국산품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는 정책이 절실 한 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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